“1980년 5월21일 금남로 헬기사격” 시민군 증언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12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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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88)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11일 광주법정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부정한 가운데 고(故) 조비오 신부가 목격한대로 ‘1980년 5월21일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한 김영이(68)씨는 12일 “5·18 때 계엄군 총격에 사상당한 시민 수습과 헌혈을 도왔다. 당시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광주공원 일원에서 헬기사격을 세 차례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1980년 5월21일 오후 1시에서 오후 2시 사이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 옥상으로부터 4~5m 상공에 헬기 2대가 떠 있었고, 이 중 1대가 ‘ㄴ’자로 선회비행하면서 맞은편 무등맨션 건물을 향해 사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격 직후 전일빌딩 앞쪽 상무관에 있었는데, 김선호(당시 45세)씨의 운전기사가 찾아와 ‘사장님이 돌아가셨다’고 했다. 백운동에서 장의차를 빌려 같은 가톨릭 신자였던 김선호씨의 시신을 수습해 고향집으로 운구했다. 김선호씨는 무등맨션 옥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헬기사격에 따른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같은 날 오후 1시30분 기총소사를 목격한 조비오 신부에게도 이 사실을 말씀드렸더니 ‘헬기사격이 틀림없다’며 크게 화를 냈다. 광주시 피해상황 접수대장에도 김선호씨는 5월21일 오후 4시30분께 무등맨션에서 사망했다고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지명수배된 김씨는 5·18 직후 한 달 여간 군산으로 피신했지만 계엄군에게 붙잡혔다. 모진 고문을 당해 현재도 몸이 불편하다. 김씨는 조 신부와 같은 남동성당 신자였다.

김씨는 “전두환씨는 여러 사람이 목격하고 국가기관 조사에서 사실로 드러난 헬기사격을 부정하고 있다. 이번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 사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5·18 헬기사격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에서도 계엄사령부가 1980년 5월21일부터 문서 또는 구두로 수차례에 걸쳐 헬기사격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5월19일부터 광주 31사단에 무장헬기 3대가 대기하고 있었고, 21일 오전 5시10분부터 11시 사이 헬기가 급파된 사실도 군 기록을 통해 밝혀졌다.

인적이 드문 조선대학교 뒤편 절개지에 AH-1J 코브라 헬기의 발칸포로 위협사격을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특조위는 5월21일 계엄군이 옛 전남도청 인근과 광주천을 중심으로 비무장 시민에게 헬기사격을 한 것을 두고 “비인도·야만·잔학·범죄성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특조위는 군 관계자·목격자 등 총 120명과 군부대·관련 기관 190곳을 조사했다.

한편 전날 형사재판에 출석한 전두환씨 변호인은 “5·18 당시 기총소사는 없었다. 만약에 기총소사가 있었다 해도 1980년 5월21일 오후 1시30분에서 3시 사이(조비오 신부 목격 시점) 헬기사격이 없었다고 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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