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유착’ 검경 수사권조정 뒤에 터졌다면 드러났을까

  • 뉴스1
  • 입력 2019년 2월 27일 14시 46분


수사기관 ‘조직보호’ 내세워 감출 경우 통제 어려워
“검경 상호견제하고 고위직 수사할 공수처 도입해야”

© News1
© News1
폭행과 속칭 ‘물뽕’ 유통 의혹에서 시작된 클럽 버닝썬 사건이 경찰과의 유착 의혹으로 확대되면서 검경 수사권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입법 과정을 거치고 있는 안대로 수사권조정이 이뤄진 뒤에 버닝썬 같은 수사기관 유착 의혹 사건이 터졌을 경우 발생할 문제 제기와 함께 수사권조정안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경찰 수사를 종합하면 이 사건의 발단은 클럽 관계자에 폭행을 당한 버닝썬 손님 김모씨의 폭로였다. 경찰이 억지로 끌려나가는 다른 손님을 보호하려다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씨를 오히려 업무방해죄로 체포한 게 알려지면서 수사가 개시됐다.

수사 초기 폭행과 마약거래에 집중되던 사건은 경찰과 버닝썬의 유착 의혹이 드러나며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버닝썬에 미성년자가 출입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클럽 대표가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에 돈을 건넨 자금 거래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또 버닝썬이 위치한 르메르디앙서울 호텔 대표 최모씨가 강남서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사실도 밝혀지면서 경찰과 클럽의 조직적 유착 의심은 더 커지고 있다.

뒤늦게 시작한 경찰 수사는 시종 덜컹거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비위 의혹을 받는 경찰관이 소속된 강남경찰서의 ‘셀프 수사’ 우려에도 버닝썬 폭행 사건 수사를 방치했다가 유착 의혹으로 여론이 나빠지자 뒤늦게 서울청 광역수사대로 넘겼다.

경찰은 클럽과 경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전직 경찰관 강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뇌물 공여자에 대한 조사를 빠뜨려 결국 영장신청이 반려됐다. 형사소송법상 영장없이 긴급체포한 피의자에 대해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이 청구되어야 하는 시간적 제약이 있었다고 경찰은 해명했지만 부실수사 우려는 증폭됐다.

이런 와중에 현재 수사권 조정안을 심의하고 있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경찰이 일반 사건의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가져가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는 내용으로 여야 의견을 모으고 있다. 사개특위 논의에 기초가 된 정부 합의안에는 공직 비리나 부패범죄, 선거범죄 등 특정 사건에 한해서만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갖도록 했다.

문제는 경찰이 해야 할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수사종결권을 이용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할 때다. 특히 ‘버닝썬’과 같은 경찰 비위 사건은 ‘조직보호’가 우선시돼 경찰이 맘먹고 기록을 감추고 불송치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2018년12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개특위 검경개혁소위 회의. © News1
2018년12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개특위 검경개혁소위 회의. © News1
실제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수 조사한 112 신고내역에 따르면 버닝썬은 2018년2월 개장부터 지금까지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에 112건의 마약·성추행·납치감금·폭행 사건이 접수됐는데 별다른 제재없이 운영됐다. 폭행 피해자가 대대적 폭로로 여론을 등에 업지 않았다면 진실이 계속 묻힐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야 사개특위 위원들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해 ‘수사 원본을 검찰에 보내고, 검찰은 30일 이내 경찰에 이를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수사권조정안을 조율 중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경찰의 부실 수사를 막는 건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직 검찰 수사관 A씨는 “결정적 진술을 조서에서 뺀다거나 전체 기록을 안 넘기면 (미비한 점을) 찾아낼 재간이 없다”고 우려했다.

재경지검 B검사는 “만약 버닝썬을 처음 알려진 폭행 사건으로만 기록을 만들어 전달했다고 치자. 그럼 검찰이 경찰 유착까지 파악할 수가 없다”며 “30일 이내 기록 원본을 보라는 것도 하지말라는 얘기다. 중대 사건은 한달안에 기록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검사는 현재 논의되는 조정안에 담긴 검찰의 보완수사 지시 부분도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이 재수사 요청을 해도 (경찰이) 무혐의 입장을 유지하면 강제할 수단이 없고 기존에 수사된 혐의 외 다른 혐의 수사 지시를 할 경우에 ‘보완하는 것의 범위를 오바했다, 더 못한다’고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에 상당히 치명적 일이 발생했다”면서 “진짜 문제는 미성년자 출입을 불송치했던 것처럼 드러나지 않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오 교수는 “부패 문제는 검찰이나 검찰 수사관에게도 있다. 검경 모두 상호 견제가 안 되면 같이 썩는다”며 경찰 비위는 검찰, 검찰 수사관 비리는 경찰, 일정 직급 이상의 검찰 비위는 공수처가 맡는 상호 견제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대학의 경찰학과 교수도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분산해야 하는 대의는 맞다”면서도 “본질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더라도 방법적 측면에서 일도양단으로 경찰한테 준다는 것은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말했다.

14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이버수사대와 합동으로 버닝썬 클럽과 역삼지구대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 News1
14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이버수사대와 합동으로 버닝썬 클럽과 역삼지구대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 News1
현재 경찰은 버닝썬 사건이 수사권 조정에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한 상태다. 일반 사건의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가져오는 수사권조정안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찰 입장에서는 조직에 먹칠이 되더라도 이번 버닝썬 유착 의혹 사건을 투명하고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5일 회견에서 경찰 유착과 클럽 불법 행위에 대한 종합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고 현재 경찰은 3개월간의 마약류 집중 단속을 시작했다.

사개특위는 다음달 5일 한달여 만에 검찰·경찰개혁소위원회를 연다. 2월 임시국회 개최가 무산됨에 따라 잠시 멈췄던 논의가 재시동이 걸린 것이다. 사개특위의 활동기한이 6월30일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6월까지는 합의안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