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풍경]추억의 도장집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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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는 새로운 것(뉴·new)과 옛것(레트로·retro)을 합친 말입니다. 복고를 새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새 의미를 찾는 새 트렌드입니다. 인천 구석구석에 온전히 살아있는 과거를 현대 감각으로 되짚어 봅니다.》

졸업과 입학 그리고 취업 시즌이 되면 도장 찍을 일이 많았다. 도장 찍기는 이름을 걸고 자신의 뜻과 의지를 증명하는 행위다. 하얀 종이에 붉은 도장을 찍고 나면 비로소 책임감이 생겼다. 관공서 주변이나 시장 어귀에는 한두 평 남짓의 도장집이 흔했다. 자그마한 작업대에는 도장 고정용 조각대와 낡은 조각칼 몇 개가 전부였다. 굳은살 박인 손은 작은 원 안에 이름 석 자를 순식간에 새겼다. ‘1인 1통장 갖기 운동’ 덕에 초등학생도 한글 막도장이 필요했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도장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의 묘한 흥분을 잊지 못한다. 이제는 서류 간소화, 디지털화 등으로 도장 찍을 일은 거의 없다. 붉은 인주 묻은 도장 대신 눈도장 ‘마음도장’을 더 많이 찍는 세상이 됐다.

글·사진=유동현 인천이야기발전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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