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삼산중 내년에 개교하게 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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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건설사 갈등으로 건설 지연, 2020년 신대지구서 개교 불투명
중학생 400여명 중 170명 10km 떨어진 학교로 배정 우려

전남 순천시 해룡면 신대리 신대지구(사진)는 아파트 1만1730가구 주민 3만여 명이 거주하는 신도심으로 개발될 예정이지만 중학교가 부족해 학생들이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다. 순천시 제공
전남 순천시 해룡면 신대리 신대지구(사진)는 아파트 1만1730가구 주민 3만여 명이 거주하는 신도심으로 개발될 예정이지만 중학교가 부족해 학생들이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다. 순천시 제공
20일 오후 2시 전남 순천시 해룡면 한 컨벤션센터. 신대지구 학부모 30명이 ‘삼산중학교를 정상 개교하게 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었다. 같은 시각 이곳에서는 ‘시장과 해룡면 주민의 대화’가 진행됐다.

삼산중은 2020년 3월 신대지구에서 개교할 예정이지만 순천시와 중흥건설 간에 갈등이 불거지면서 개교가 불투명해졌다. 김종순 신대지구 교육대책위원회 부위원장(46·여)은 “신대지구 중학생 400여 명 중 170명은 10km 떨어진 금당지구 학교에 배정돼 1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다닌다. 학습권 침해와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크다”고 했다. 교육대책위원회는 김영록 전남지사 등에게 삼산중이 정상 개교될 수 있도록 해결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신대지구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배후 주거단지다. 2003년 택지 개발이 시작돼 2014년부터 5년 동안 아파트 단지 8곳이 분양됐다. 현재 주민 수는 9117가구에 2만8065명. 내년까지 단지 2곳이 더 분양되면 주민 수는 3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단지 10곳은 모두 중흥건설이 지었다.

신대지구는 전남 동부권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은 주거단지다. 순천 인구는 2013년 27만7353명, 2015년 28만595명, 2017년 28만1176명이었고 올해 1월에는 28만2158명으로 늘었다. 순천 주민 10%가 사는 신도심 신대지구는 인구 증가에 한몫을 했다.

신대지구 주민 평균 연령은 30세로, 교육 여건에 대한 관심이 크다. 신대지구가 전남 동부권 명품 주거지로 도약하려면 좋은 교육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이곳에는 현재 초등학교 4곳, 중학교 1곳이 있다. 2006년부터 중학교 신설을 추진했지만 무산됐고 2015년 교육부로부터 자체 재원으로 중학교를 짓는다는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순천시와 전남도교육청,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중흥건설은 2017년 매곡동에 있는 삼산중을 신대지구로 옮겨 짓고 기존 학교 부지는 중흥건설에 양도하는 협약을 맺었다. 중흥건설은 공시지가 110억 원 정도인 기존 삼산중 부지를 양도받고 새 학교 부지와 건물 신축비 등 248억 원을 부담키로 했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내년에 삼산중이 개교하려면 지난해 말 공사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갈등으로 지연되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 착공되지 않으면 정상 개교가 어려워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흥건설 측은 순천시가 신대지구 옆에 조성할 예정인 선월지구(98만 m²·6000가구 입주)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를 시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받아준다는 구두 약속을 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삼산중 신축이 미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선월지구 옆에 혐오시설인 하수종말처리장을 새로 짓는다면 입주자 반발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선월지구 오폐수를 시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받아준다는 구두 약속을 한 적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또 시 하수종말처리장의 최대 처리 용량이 하루 13만 t인데 현재 적정 처리 용량에 육박했다고 설명했다. 순천시는 중흥건설이 삼산중 개교를 하수종말처리장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시민들은 양측 주장에 갑론을박이다. 일부에서는 중흥건설이 신대지구 아파트 하자 보수를 잘해 주지 않고 이윤만 챙긴다고 쓴소리를 한다. 하지만 중흥건설은 아파트 하자 보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사회 환원에도 애쓰고 있지만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등은 중재 방안을 찾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개토론회 등을 통해 해결 방안을 찾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효승 전 순천교육공동체 상임대표(58)는 “양측이 구두 약속을 했는지 확인하고 조속히 합리적 해결 방안을 찾아 학생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순천#삼산중#신대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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