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재판관 2명·文정부 임명 6명’…낙태죄 위헌결정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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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15일 1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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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결정권 對 생명권·정부 조사결과·여론 등 쟁점
재판관 3명 개정찬성…임진중절 건수 4.8%로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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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서기석·조용호 재판관 퇴임 전인 4월 초 형법상 낙태 처벌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로 해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헌재는 2012년 재판관 4대4 의견으로 낙태죄 처벌 조항을 합헌 결정했다. 다만 헌재 구성이 당시와 완전히 달라져 이번엔 결정이 바뀔 가능성이 점쳐진다. 문재인정부 출범 뒤 새 임기를 시작한 재판관만 9명 중 6명이다.

헌재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간 비교우위와 원치 않은 임신이 당사자인 여성 삶에 미치는 영향,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 여론 등을 고려해 결론을 낼 전망이다.

15일 헌재와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2017년 2월 의사 정모씨가 임부를 처벌하는 ‘자기낙태죄’(형법 269조1항)와 의사를 처벌하는 ‘동의낙태죄’(형법 270조1항) 규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평의를 거쳐 4월11일께 선고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서·조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18일 이전 매듭을 짓기 위해서다.

여성만 처벌하는 낙태죄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헌재는 우선 핵심 쟁점인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에 대한 우선순위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헌재는 조산사가 낙태 처벌 조항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4대4(공석 1명)로 합헌 판단했다. 당시 이강국 헌재소장과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재판관이 위헌, 김종대 민형기 박한철 이정미 재판관이 합헌 의견을 냈다.

합헌 결정 이유는 태아도 생명권이 인정돼야 하고, 낙태를 처벌하지 않으면 생명경시 풍조가 확산되며, 불가피한 사정엔 낙태를 허용해 여성 자기결정권 제한이라 볼 수 없다는 점 등이었다.

이 소장 등은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신 초기 낙태까지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해 처벌한다는 점에서 임부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란 반대의견을 냈지만 위헌 정족수(9명 중 6명)를 채우지 못해 합헌이 유지됐다.

다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단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뢰로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실태조사(여성 1만명 대상) 결과도 헌재 결론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당사자인 여성의 여론도 사건 심리의 주요 요소란 점에서다. 이 조사에서 한국 여성 75.4%는 낙태죄 처벌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개정 이유로는 ‘여성만 처벌하기 때문에’란 응답이 66.2%(복수 응답)로 가장 높았다. 인공임신중절의 불법성이 여성을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시키기 때문에, 즉 여성 건강권을 침해해서란 응답은 65.5%였다. 62.5%는 자녀 출산 여부는 기본적으로 개인 선택이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해당 조사에선 인공임신중절 건수와 인공임신중절률이 감소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2005년 34만2433건(29.8%)에서 2017년엔 4만9764건(4.8%)으로 줄었다.

현재 헌재 구성 역시 낙태죄 규정 개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은애 이영진 재판관은 관련 조항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이석태 김기영 재판관은 특별한 입장표명은 없었으나 진보성향으로 분류된다. 헌재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재판관 2명이 동시근무 중인 점도 주목된다.

청문회 당시 유 소장은 “임신 초기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중절을 의사 상담을 거쳐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은애 재판관은 “지금 헌재의 낙태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고 했고, 이영진 재판관은 “외국 사례를 보면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는 법이 있던데 그런 것을 참조해 입법정책적으로 국민 의사를 모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이 사건 주심인 조 재판관은 지난해 5월 헌재 공개변론에서 “엄밀히 말해 태아는 내 몸이 아닌데 그 생명에 대한 박탈을 여성의 권리라 할 수 있냐”며 “예를 들어 12주를 기준으로 낙태를 허용한다면, 12주와 13주의 태아에 대한 생명권을 달리볼 근본적 차이가 있냐” 등을 지적했다. 법무부도 생명권 존부를 성장단계에 따라 구분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낙태 처벌조항은 합헌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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