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이 무슨 죄?…버스 회차로 갈등에 ‘추위 떨며 등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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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11일 1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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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의 한 마을 주민들과 유치원이 버스 회차로 설치를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주민들이 유치원 차량을 막는 플래카드를 걸어놨다. © 뉴스1
대전 서구의 한 마을 주민들과 유치원이 버스 회차로 설치를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주민들이 유치원 차량을 막는 플래카드를 걸어놨다. © 뉴스1
대전 서구의 한 마을 주민들과 유치원이 버스 회차로 설치를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유치원생들이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

23일 서구의 A유치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마을 입구 공터에 설치하기로 한 버스 회차로를 이유로 주민들이 유치원 통학버스 진입로를 막았다.

이 때문에 이 유치원 원아 127명 중 버스로 통학하는 원아 110여 명이 추위에도 등·하원 시 마을 입구에서 유치원까지 약 300m를 2주동안 걸어다니고 있다.

이 길은 차량 한 대가 지나가면 피할 곳이 없을 정도로 좁은 길이어서 유치원 측은 등·하원 시 원장과 교사 등 3, 4명이 원생들의 안전을 보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2017년 주민들이 마을에 버스가 2시간에 1대씩 다니는 것에 불편을 느껴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구청은 지난해 공청회를 열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버스 회차로를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청회에 참석하지 못한 유치원 측이 “기존 도로를 막아버리면 교행이 불가능한 좁은 도로만 남아 위험하다”고 구에 민원을 냈다.

이에 구청이 다른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이 유치원 때문에 회차로 설치가 지연되고 있다고 생각해 유치원 통학 차량 진입로를 막고 나선 것이다.

한 주민은 “유치원에서 회차로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며 “동네도 좁은데 큰 유치원 버스가 3대나 다녀 불편하다”고 말했다.

유치원 관계자는 “당시 공청회에 유치원을 참여시켰다면 이런 오해가 없었을 것”이라며 “버스 회차로 설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도로 통행을 막지 않는 방법으로 보완하고, 부득이할 경우 통행 차량들이 교행할 수 있도록 도로를 확보해 달라고 요구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공청회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공지해 모인 것이지 구청에서 주도한 자리가 아니다”며 “마을 주민과 유치원 모두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전ㆍ충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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