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암행단속 현장보니…“어? 경찰이네” 어안벙벙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3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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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시작을 앞둔 지난 1일 오후 3시45분께 영동고속도로 원주 방향 곤지암 인근. 흰색 벤츠 승용차가 시속 160㎞로 내달렸다. 제한속도는 100㎞. 명백한 과속운전을 목격하고 누군가 출동했다. 경찰의 고속도로 암행순찰차 ‘번개2팀’. 번개2팀의 소나타 차량도 속도를 내 따라붙기 시작했다.

벤츠 승용차는 과속은 물론이고 차선 변경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터널 내에서 지그재그 운전을 반복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바꿨다는 점이다. 터널을 나와 벤츠 차량 바로 옆까지 따라붙은 번개2팀은 차를 멈춰세울 것을 지시했다. 단속 시작 약 10분 만이었다.

◇“이런 단속 처음 봤어요”

“4시에 병원 예약이 있어서…이런 단속이 있는지 전혀 몰랐어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차주 최모(28)씨에게는 속도위반 벌금 4만원에 벌점 10점이 부과됐다.

경찰은 오는 6일까지 전국 고속도로에서 이같은 암행순찰차를 특별 운영한다.

‘암행순찰차’는 일반 승용차와 같은 모습으로 순찰하는 경찰 차량으로, 주로 통행량이 많은 주요 고속도로에서 게릴라식 단속을 통해 과속·난폭·음주운전 차량을 잡는다.

‘번개1팀’ 8개 순찰차가 경부고속도로를, ‘번개2팀’ 7개 순찰차가 영동·서울양양 고속도로를, ‘기타팀’ 6대가 호남·남해안·서해안고속도로를 담당한다. 모두 21대, 42명이다.

드론 10대도 투입된다. 죽전·기흥·안성·망향·여산 등 휴게소와 여주·호법·당진·금호·김천 등 분기점 주변을 순찰, 번호판을 촬영해 갓길 운행 및 전용차로 위반 차량을 단속한다.
◇단속 50분 만에 4대 단속

이날 약 50분에 걸친 암행순찰 단속에 적발된 차는 모두 4대였다. 12~13분에 1대 꼴이다. 순찰차가 이동하고 차를 멈춰세우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쉼 없이’ 문제 차량이 적발된 것이다.

문제 종류는 다양하다. 김모(48)씨는 호법분기점 인근에서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암행순찰의 감시망에 걸려들고 말았다. 벌금 6만원에 벌점 15점을 받았다.

김씨는 “설 전에 빠르게 입금해줄 일이 있어서 그랬다”고 했다. 화물차 운전자 김모(39)씨는 1차로로 운전하다가 단속돼 지정차로 위반으로 벌금 4만원에 벌점 10만원이 부과됐다. 그는 “차가 많아서 1차로로 빠진다는 게 이렇게 됐다”고 멋쩍어했다.

단속 대상 중 가장 많은 건 과속과 난폭운전이다. 과속은 말 그대로 제한 속도를 넘겨 운전하는 것, 난폭운전은 ‘지그재그’ 운전을 2~3회 반복하기만 해도 단속 대상이 된다. 웬만하면 벌금과 벌점으로 끝나지만, 이른바 ‘칼치기’ 등 수위가 높으면 형사입건 돼 면허 정지 또는 취소가 될 수도 있다.

오후 4시20분께 이천톨게이트 인근에서 차선을 이리저리 바꾸며 빠르게 내달리는 아반떼 차량이 발견됐다. 암행순찰차가 따라붙어 곧장 해당 차량을 갓길에 세웠다.

운전을 한 이모(30)씨는 과속한 이유에 관해 묻자 “딱히 없다”고 했다. 단속 경찰은 “과속·난폭운전은 그냥 습관이다. 이상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특이한 행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드론 발견, 암행순찰차 출동…‘공조 단속’

경찰이 암행순찰차를 투입한 건 지난 2017년 추석 연휴 때부터이고 드론을 띄운 건 지난해 여름 휴가철부터다. 이번 단속 기간에는 암행순찰차와 드론의 공조가 이뤄질 예정이다. 암행순찰차와 드론이 가까운 곳에 위치한 상태에서 드론 모니터에 단속이 필요한 차량이 발견되면 무전을 통해 암행순찰차가 출동하는 방식이다.

도로 위에 있기 때문에 시야가 좁을 수 밖에 없는 암행순찰, 시야는 넓지만 현장 단속은 불가능해 사고 예방을 할 수 없는 드론의 단점을 서로 보완해주는 조치다.

암행순찰대는 설 연휴가 없다. 쉬지 않고 42명 전원 근무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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