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화재원인, 2차감식에도 오리무중…국과수 감정서 판가름

  • 뉴스1
  • 입력 2018년 11월 27일 06시 13분


지하 매립돼 절반 이상 탄 통신구…감식 조건 나빴다
방화·실화 가능성 작지만…감정 결과 따라 책임 갈려

대규모 통신·금융 ‘공황’을 초래한 ‘KT 아현지사 화재’의 원인이 ‘불가피한 재해’인지, 혹은 부주의에 의한 ‘인재(人災)’인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잔여물 감정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소방·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립과학수사연구원·한국전력으로 합동감식팀은 26일 2차 정밀분석에서 확보한 광케이블 전선·환풍기 잔여물의 감정을 국과수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국과수의 잔여물 분석에서 구체적인 화재 원인이 판명될 것”이라며 “분석 결과에 따라 화재 원인의 성격과 그에 대한 책임 소재가 드러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하 매립돼 절반 이상 탄 통신구…감식 조건 나빠

일단 다양한 ‘화재 원인’ 중에서 방화·실화 가능성은 대폭 낮아졌다.

서울 서대문경찰서와 소방당국, KT에 따르면 이번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는 24일 오전 11시13분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지하통신구에서 시작됐다.

아현지사 통신구는 가로-세로 각 2m 크기로 총 150m 길이다. 지하 1층에는 통신구 외에는 다른 시설이 없고, 사람 1명이 겨우 드나들 수 있는 구조다.

주말이었던 화재 당일 누군가 통신구로 출입한 흔적이 없다는 사실이 합동감식에서 밝혀진 이상, 화재 원인을 예측할 수 있는 변수는 다소 줄어든다.

그런데도 섣불리 화재 원인을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Δ화재 발생 지점이 통신구가 지하에 매립돼 접근이 어렵고 Δ전체 통신구 150m의 52%가량(79m)이 소실됐기 때문이다.

두 차례에 걸쳐 정밀 감식을 진행한 경찰 관계자는 “화재 구역이 지하에 매립된 시설이기 때문에 소실된 부분을 한눈에 확인하기 어렵다”며 “사람의 접근도 어려워 감식에 지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구 절반 이상이 소실된 점도 감식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에 탄 정도가 얼마나 심하냐도 화재 원인 규명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상당 부분이 완전히 타버렸다면 정확한 원인 분석을 위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건은 ‘국과수 감정’…책임 소재·무게 결정될 듯

관건은 국과수가 내놓을 ‘감정 결과’에 달렸다.

국과수는 2차 합동감식에서 수거한 환풍구와 케이블, 전선, 차단기 잔여물을 모두 모아 정밀 분석한다. 또 통신선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유의미한 잔여물도 곧바로 국과수로 넘겨져 추가 감정을 받을 예정이다.

공 교수는 “화재로 녹은 케이블 구리의 모습에 따라 화재 원인이니 단선인지, 접촉불량인지, 합선인지 등이 결정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화재가 ‘피할 수 없는 사고’였는지 혹은 ‘관리부주의에 의한 인재’였는지도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도 “현재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면서도 “우선 국과수의 분석이 나와야 확실한 화재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국과수 결과에 기대를 걸었다.

한편 KT는 화재 사흘째인 26일 오후 6시 기준 무선 86%, 인터넷 98%, 유선전화 92%의 복구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무선은 2833개 기지국 가운데 2437개가, 유선전화는 약 23만2000 가입자 중 약 21만5000 가입자의 회선이 복구됐다.

이번 화재로 서울 중구·마포·서대문구로 통하는 16만8000회선의 유선회로와 광케이블 220조 뭉치에 불이 붙으면서 통신과 금융이 일시에 마비되는 ‘통신대란’이 빚어졌다.

소방당국과 KT에 따르면 Δ북아현동 Δ냉천동Δ영천동 Δ창천동 Δ현저동 Δ아현 1·2·3동 Δ중림동 Δ만리 1·2가 등 서대문·마포·중구 총 14개 동의 인터넷과 통신이 모두 두절됐다. 또 은평구, 고양시, 여의도 일대도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KT는 화재 하루 만인 25일 유선 및 무선 가입자에게 1개월 요금 감면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나 상인 등 비(非)피해지역에 거주하는 KT 이동전화 가입자가 많아 보상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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