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인데 두부 2모로 국 끓여”…어린이집 비리도 심각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14일 16시 49분


코멘트
사립유치원뿐만 아니라 만 0~5세 영유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도 비리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은 어린이집 비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원장에게 몰린 과도한 권력 등을 지적했다.

참여연대, 정치하는엄마들 등 10여개 시민단체는 1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어린이집 비리 근절을 위한 시민사회 간담회’를 열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공공운수노조에서 현직 보육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사례,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로 접수된 어린이집 발생 비리 사례 등을 소개했다.

서 부위원장에 따르면 어린이집 비리는 크게 ▲식자재 빼돌리기와 같은 급식 비리 ▲교직원 허위등록을 통한 지원금 유용 ▲교구 구입이나 특별활동 관련 거래 등 3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가장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문제는 역시 부실 급식이었다. 이날 공개된 보육교사 온라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228명 중 71.9%(164명)가 급식 비리가 의심되는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고 답변했다.

구체적인 사례들도 소개됐다.

응답자들은 “총 정원이 50명인데 두부 2모로 국을 끓이는 걸 목격” “영아반 오전 간식량이 항상 적었고 먹이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 “식자재 구입한 것 중 절반은 항상 원장이 집으로 가져감” “원장 가족들이 식사한 식비가 원아급식재료(곰국, 수육 등) 대금에 같이 청구됨” 등의 증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 물건을 구매하고 본인 집 물건과 바꿔서 비치하는 비품 비리, 교직원을 허위로 등록해 국가지원금을 유용하는 등의 경우도 제시됐다.

서 부위원장은 이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원장들의 강한 담합과 권력을 꼽았다.

그는 “어린이집 내 모든 권력이 원장에게 주어지고 있다”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주체인 교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고발해도 내부 비리는 해고와 타 어린이집 재취업 방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한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 대표지부장은 원장에게 권력이 집중된 가운데 벌어지는 교사들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현장의 보육교사는 원장에게 차별받고 인권 침해를 받으면서 아이들에게는 인권 존중을 해야한다”면서 “교사의 인권이 보장돼야 아이들 인권에도 더 신경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린이집 비리 원인으로 지목된 원장에 대한 권력 집중의 배경 중 하나로는 개인 및 소규모 운영 시스템이 꼽혔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어린이집의 약 83.7%(시설 수 기준)는 개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이고, 대부분 보육교직원 수가 평균 7명에 불과한 소규모 운영을 하고 있다”면서 “원장의 시설 사유화나 전횡이 쉽고 내부고발이 어려운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어린이집 비리 문제 해법으로 학부모 운영위원회 역할 강화 등을 제시했다.

김신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학부모의 연대가 중요하지만 루트를 모른다”며 “내 아이가 받는 것에 대해 감사 권한을 늘리고 사례비를 받아야 된다“고 했다.

신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변호사는 어린이집 비리 문제를 단순히 금전 관련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아동 권리 침해 관점으로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이 소통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린이집에서 자신의 권리를 챙기지 못한 것으로 보고 관련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변호사는 부천에서 어린이집 식단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 승소한 학부모 단체의 사례를 설명하며 ”식단 비리가 결과적으로 아동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이 이유가 돼야 힘이 실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가 말을 못해 신고를 못한 것이라고 판단해서 아동 권리 침해로 보고 법제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인식을 전환해 입법화를 통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