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도 숙명여고 닮은꼴” 내신비리 고발 봇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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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 시험문제 미리 풀어… 지방 고교 점수 조작 등 더 심각”
온라인 커뮤니티에 폭로 쏟아져

“이번 시험문제·답안 유출 의혹은 숙명여고에서만 일어난 극단적인 사례가 아닙니다. 우리 학교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성적이 오른 학생이 많습니다.”

13일 서울 강남지역의 한 교육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경찰이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와 쌍둥이 딸의 시험지 유출 의혹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댓글에 내신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숙명여고와 비슷한 내신 비리가 우리 학교에서도 버젓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전·현직 교사의 자녀가 아니더라도 시험지 유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교직원이 돈을 받고 시험지를 개인이나 학원으로 유출할 수 있다는 것. 누리꾼 B 씨는 “교과서 외 지문에서 나온 학교 시험문제를 특정 학원에서 미리 다룬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그 학원이 족집게라고 소문이 나 학생들이 몰려가는 걸 보며 이상하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노릴 수 있는 지방에서 내신 비리가 더 심각하다는 주장도 있다. 강원 춘천시의 고교 교사 C 씨(50)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암암리에 명문대에 갈 아이들을 찍어두고 교내 상을 몰아주거나 수행평가 점수를 몰래 올려주는 사례도 적잖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숙명여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명신여학원의 이사진 전원과 감사 5명 중 4명은 숙명여고 졸업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특별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사 10명은 모두 숙명여고 출신이다. 일반 감사 2명도 숙명여고 출신이었고 개방형 감사는 3명 중 2명이 숙명여고를 졸업했다. 1999년 이후 4명의 교장 역시 모두 숙명여고 출신이다. 학부모 D 씨는 “‘숙명’이라는 철옹성 안에서 내신 비리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숙명여고는 13일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에서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의결을 거쳐 쌍둥이 딸의 성적 재산정(0점 처리)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 학생의 퇴학, A 씨의 파면 절차는 진행 중이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우리 학교도 숙명여고 닮은꼴#내신비리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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