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 폭행’ 택배기사 추정 인물 사과문에…“사회적 문제” vs “폭력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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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19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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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배드림
사진=보배드림
한 택배기사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같이 일하던 장애인 친형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해당 택배기사로 추측되는 인물이 온라인에 사과문을 게재하면서 비난에만 집중되던 여론이 누그러진 모양새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여전히 비판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마포구 택배기사 지적장애인 폭행 영상 공유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게재됐다. 2분 27초짜리 영상에는 택배기사 유니폼을 입고 화물차에 물품을 나르는 남성 2명이 나온다. 화물차 안에 있던 남성 A 씨는 짐을 건네주는 B 씨의 뺨을 때리고 발로 찬 뒤 차에서 나와 수차례 폭행을 가한다. 해당 영상은 온라인에 확산됐으며, A 씨는 많은 누리꾼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이후 자신을 A 씨라고 밝힌 누리꾼이 사과와 해명글을 게재했다. 이 글쓴이는 19일 보배드림에 ‘공덕오거리 폭력 택배기사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저는 동영상의 인물이다. 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의 가족은 현재 총 3명이다. 어릴 적 뇌병변으로 언어장애와 지적장애 가지고 오른쪽마비로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어머니, 환각과 환청장애를 가지고 있는 형 이렇게 세 명이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형의 약과 어머니를 책임지기 위해 일을 한다. 하지만 환청장애와 환각을 보는 형은 혼자 집에 있게 되면 위험한 일들이 일어날 상황이 많았다. 휴지를 모아 불을 피운다든가. 그래서 저는 형을 혼자 둘 수 없어 같이 일을 하고 있다. 형은 매주 금요일에 병원에서 약을 받아와서 먹고 있다”라며 “저도 형이 안타까워서 측은하기도 하지만, 인간인지라 가끔 너무 화가 날 때가 있다”라고 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글쓴이는 사건 당일 형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택배를 배달하고 있었는데 한 여성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당시 형은 혼잣말을 하고 웃었다고 한다. 그는 “이러면 보통 무서워하지 않나. 설명해주고 싶은데 설명도 못하고. 또 길에 버려진 담배 꽁초도 주워서 피우고. 거기에 (일을) 몇 번을 말해도 알려주는 대로 안 하고 순간 욱해서 폭력을 행사했다. 참아야 하고 더 감싸주고 보살펴줘야 하는 걸 알고 있는데 그랬다”라고 말했다.

글쓴이는 “마음 아프게 하고 신경 쓰게 해드려서 죄송하다. 어머니가 영상을 보면 너무 가슴아파할 것 같아서 더 죄송스럽다. 이런 일은 이제 없도록 하겠다. 저는 저의 분노를 조절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 제 형은 어머니를 설득해서 입원치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특히 해당 사건을 사회적 문제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들은 “안타까워서 눈물이 난다. 국가 사회안전망이 힘든 가족 상황에 맞춰 보살핌을 제공해야한다고 본다. 동생이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j****), “폭행은 잘못이지만, 동생의 해명에 수긍도 간다. 우리에겐 인내만을 강요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f****), “이런 가정은 국가에서 위탁 시설 등에서 살아가도록 구제해줘야 한다. 저 동생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갈 수도 없을 것 같다”(n****) 등의 의견을 내놨다.

이밖에도 “저 영상은 상상을 초월하는 분노를 일으켰으나 동생 글을 읽으면, 지금껏 살아오면서 느꼈을 것들을 제3자가 판단하기 어렵다”(ㅃ****), “기분 더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이런 게 진정한 사회 문제가 아닌가 싶다”(ㄴ****),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한 번 너그럽게 넘어가는 게 어떨까. 나는 저 가족과 동생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기에 비난도 멈추겠다”(ㅍ****) 등의 반응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A 씨를 비난하는 누리꾼도 여럿 있다. 이들은 “이런 글로 무마될 일인가. 길에서도 패는 사람이 집 안에선 어떨까”(ㅃ****), “가족사 가슴 아프지만, 아무리 그래도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해야 했나”(ㄱ****)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 마포경찰서 측은 19일 “때린 사람이 동생, 맞은 이는 형으로 밝혀졌다”며 “오늘 오전 중 두 사람 모두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A 씨와 B 씨를 소환 조사한 뒤 혐의점이 분명해지면 정식수사로 전환하고 입건할 방침이다. 경찰은 “폭행 경위와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상습학대가 존재했는지도 추가로 조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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