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번지’로 자리매김하는 대구 달서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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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이어주기-미혼남녀 워크숍 등… 결혼문화 확산 위해 민관협력 강화
6일 ‘결혼 특구 선포식’ 열어

결혼 예복을 차려입은 대구 달서구 미혼 직원들이 4일 웨딩테마공간인 월광수변공원에서 결혼 특구 선포를 홍보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 제공
결혼 예복을 차려입은 대구 달서구 미혼 직원들이 4일 웨딩테마공간인 월광수변공원에서 결혼 특구 선포를 홍보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 제공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만남을 주선해 더 신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김민기 씨(31)는 올해 6월 24일을 절대 잊을 수 없다. 그는 이날 달서구가 마련한 청춘남녀 만남 이벤트 ‘사랑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프로그램에 참여해 평생을 같이할 소중한 인연인 신선아 씨(31)를 만났다. 두 사람은 11월 18일 부부의 연을 맺는다.

김 씨는 “남녀가 처음 만나면 아무래도 많이 어색한데, 그날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전문 강사의 연애 특강을 듣고 조별로 하는 레크리에이션에 참여하면서 짧은 시간에 서로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 또는 주변 친구들이 달서구의 만남 행사에 간다고 하면 적극 추천할 것”이라며 웃었다.

결혼 장려에 힘을 쏟고 있는 달서구는 2016년부터 최근까지 청춘남녀 만남의 행사를 17차례 열었다. 총 386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44쌍이 사귀고 있다. 지난해 1호 부부에 이어 김 씨처럼 결혼하는 커플은 모두 6쌍이다. 설명회 개최와 상담실 운영 등에 따른 성과까지 포함하면 총 88명이 달서구를 통해 결혼했다. 김순자 달서구 결혼장려팀장은 “달서구가 (주선)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만남 이벤트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달서구는 결혼 문화 확산을 위한 민관협력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이달 3일 달서구여성단체협의회, 달서구새마을회, 바르게살기운동달서구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달서구지회 등 4개 단체와 협약을 체결했다. 동(洞)별 가칭 인연 서포터스를 운영하고 ‘사랑의 끈 맺기’ 운동을 추진한다. 달서구는 최근까지 16개 공공 및 민간기관과 결혼장려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미혼남녀 워크숍, 미팅 행사, 결혼식장 개방 등에 협력하고 있다.

달서구는 6일 오후 4∼7시 웨딩테마공간으로 탈바꿈한 월광수변공원에서 ‘결혼 특구 선포식’을 열었다. 올해 출범 30년을 맞은 달서구는 인구 정책의 근간인 결혼 장려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결혼을 지역의 콘텐츠로 개발해 ‘신나는 결혼 1번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날 선포식은 정책 실현 의지를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달서구는 선포식 날을 ‘96데이’로 명명했다. 결혼하기 좋은 9월을 맞아 친구(9)에서 연인으로 결혼해 육(6)아까지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았다. 이날 행사는 ‘결혼은 축복이다’를 주제로 다양한 거리공연과 뮤지컬, 힙합, 퍼포먼스로 꾸며졌다. 김 씨 예비부부와 이태훈 달서구청장, 최상극 달서구의회 의장이 선포문을 공동 낭독했다.

결혼 체험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펼쳐졌다. 예부터 결혼하는 날 신랑신부의 인연이 오래 이어지길 기원한다는 뜻으로 먹었다는 잔치국수를 나눠주는 이벤트도 하객으로 온 주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달서구는 지난해 7월 여성가족부에서 가정의 달 기념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은 데 이어 올 2월에는 행정안전부의 저출산 극복 우수시책 장관상을 받는 등 결혼 장려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4년간 100쌍을 결혼시킨다는 목표다. 실내를 벗어나 버스와 기차, 놀이공원 등에서 하는 자연스러운 남녀 만남을 주선해 결혼 성공률을 높일 계획이다. 전문 연애 코치가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커플들을 상담해주는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전국의 기초지자체들이 달서구의 아름다운 도전을 주목하고 있다. 결혼을 통해 국가적 난제인 인구 감소의 해법을 찾아 벤치마킹 사례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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