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를 보여드려요”…연매출 100억 올리는 악취 저감 전문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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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파워기업 <83> 울산 ‘태성환경연구소’

울산의 악취 저감 종합 기업인 ㈜태성환경연구소 직원들이 악취 감지 장비를 제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제주도 악취관리통합센터의 맞춤형 악취저감 지원서비스 기관으로 선정됐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의 악취 저감 종합 기업인 ㈜태성환경연구소 직원들이 악취 감지 장비를 제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제주도 악취관리통합센터의 맞춤형 악취저감 지원서비스 기관으로 선정됐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냄새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울산 울주군 온산읍 학남국가산업단지 내 ㈜태성환경연구소 현관에 들어서면 눈에 들어오는 문구다. 이 회사가 악취를 저감하는 통합 솔루션 업체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태성환경연구소는 최근 제주도 악취관리통합센터의 맞춤형 악취저감 지원서비스기관으로 선정됐다. 제주도는 관내에 있는 돼지 사육농장 298개 가운데 악취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농장 59곳, 56만1066m²를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전국 공모를 통해 악취저감 지원서비스기관으로 태성환경연구소를 선정한 것이다.

올해 1∼6월 제주시에 접수된 축산악취 민원은 33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8건)보다 76% 늘었다. ‘청정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도의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가 축산농가의 악취였다. 태성환경연구소는 악취를 잡기 위해 돼지농장에 악취 감지 센서를 설치한 뒤 자체 개발한 앱을 농장주와 관계 공무원의 스마트폰에 설치할 계획이다.

농장에서 기준치 이상의 악취가 발생하면 스마트폰이 진동하면서 “기준치 이상의 악취가 발생했습니다”란 음성이 나오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제주도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돼지 사육 농가에 악취 저감 시설 설치비도 지원한다.

태성환경연구소는 제주도에 이어 사업 영역을 전국으로 넓힐 예정이다. 이와 함께 폭염으로 가축이 폐사하는 것을 막고 악취 예방을 위한 ‘폐사방지 축사’도 특허를 신청해 놓았다. 악취 예방용 물을 축사 지붕과 스크린도어에 뿌려주는 구조다. 조만간 공장 옆에 시범 축사를 짓는다.

태성환경연구소는 윤기열 대표(54)가 1997년 창업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뒤 무역업에 뛰어든 윤 대표는 일본에서 탈취제를 수입해 판매하던 중 악취의 원인에 대한 연구가 급선무라는 생각에서 창업을 했다. 병원에서 환자를 진단하듯 악취의 종류를 파악한 뒤 원인을 규명하고 탈취제를 쓸 것인지, 방지시설을 할 것인지 등의 개선책을 연구했다. 이런 과정을 ‘ICBM’으로 고도화, 첨단화한 것이 이 회사의 자랑이다.

I는 인공지능(IoT), C는 크라우드(Cloud), B는 빅데이터(Big data), M은 모바일(Mobile)의 약자다.

이 기술을 적용해 21일 회사 사무실에서 시연을 했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 ○○마을에서 강도 2의 암모니아 냄새 발생’이란 문구를 입력해 프로그램을 작동했다. 숫자 2는 중간 이하의 악취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0에서 5로 갈수록 악취가 심하다. 악취 발생 지점으로부터 반경 1km 이내에서 이 냄새를 발생시키는 회사 이름과 위치가 지도와 함께 컴퓨터 화면에 바로 나타났다.

회사 관계자는 “각 회사에서 발생하는 악취의 종류를 20년간 빅데이터로 축적했고, 이를 인공지능에 접목했기 때문에 즉시 추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태성환경연구소는 악취 원인을 추적하는 드론과 악취 방지(저감) 시설도 자체 기술로 만들고 있다. 20년간 축적된 악취 제거 기술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축산, 공단 악취 등 1만여 개에 이르는 다양한 냄새 유발 성분을 1000여 개로 압축한 뒤 화학 약품으로 냄새를 재현해 용기에 담아놓고 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에서 생산한 에어컨과 시트 등 자동차 내장재도 이곳에서 냄새 테스트를 받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울산 본사와 인천, 제주, 일본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직원 80여 명이 냄새와 씨름하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0억 원이다.

▼CEO칼럼

“일자리 많이 만들어 나라사랑 실천할 것”

우리 회사의 경영 이념은 ‘나라 사랑’이다. 나라 없는 회사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사업을 하면서도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방안을 3대 경영지표로 정했다. 첫째가 고용 창출이다. 기업이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여러 방안 가운데 여력이 된다면 고용을 많이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가장 큰 가치라 생각한다. 둘째는 세금 납부다. 세금을 적게 내려는 기업인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세금을 내는 것은 기업인으로서 당연한 의무다. 사회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보면 된다. 셋째는 수출 증대다. 수출로 외화를 많이 벌어들인 것이 한국이 급성장하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악취 저감 종합 솔루션 회사답게 악취 저감 분야에서만큼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 돼 3대 경영지표를 성실히 이행해 나가겠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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