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정재락]울산시의 ‘이상한’ 첫 人事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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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 3일 오후 2시 50분경 울산시청 프레스센터. 허언욱 행정부시장이 기자들을 찾았다. “태풍 ‘쁘라삐룬’ 대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뜬금없는 방문이었다. 그 시각 태풍은 울산을 비켜 동해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 차를 마시면서 한 기자가 이날 단행한 총무과장 인사 배경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허 부시장은 “그래요? 언제 인사가 났는데요?”라고 반문했다. 기자들은 농담인 줄 알고 그냥 받아넘겼다. 울산시 인사위원장인 행정부시장이 설마 민선 7기 첫 인사를 모를 리야 있겠느냐 싶었다. 하지만 농담이 아니었다. 허 부시장이 정색을 하며 또다시 인사 발령 사실을 물었을 때 기자들은 ‘행정부시장도 몰랐던 인사’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 이보다 약 2시간 전인 이날 오후 1시경. 송철호 울산시장 캠프에서 일했던 한 인사의 휴대전화로 사진 한 장이 전송됐다. 울산시장 명의로 된 총무과장 인사발령장이었다. 인사발령장이 울산시청 공무원을 통해 외부로 누출된 것이다. 이 인사발령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캠프 측 인사들 사이에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 행정부시장은 인사 발령 사실조차 모르는데, 인사발령장은 외부에 한참 나돌았던 셈이다. 이쯤 되면 기강 해이라는 말조차 쓰기 아까울 정도다. 만약 허 부시장이 인사 발령 사실을 알고도 기자들에게 모른 척했다면 인사 과정에서 소외되는 등 뭔가 섭섭했던 감정을 우회적으로 털어놓은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선거 승자의 가장 큰 특권 가운데 하나가 인사권 독점이다. 승자의 이념을 시정에 구현할 수 있는 인사를 요직에 기용하고, 그동안 불이익당했던 사람을 발탁하는 것이 인사 기준일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송 시장에 대한 현직 공무원들의 지지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지 속에는 인사 적폐를 척결해 달라는 바람도 담겼을 것이다. 하지만 송 시장 취임 이후 첫 인사를, 행정부시장도 모르게 한 것을 보면서 대다수 공무원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이번 총무과장 인사는 캠프 출신의 한 인사가 깊이 개입하면서 ‘행정부시장 패싱’ 논란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송 시장도 캠프 측 인사를 울산시 인사에 관여시키고 싶었으면 차라리 ‘인사특보’와 같은 정식 공무원 명찰을 우선 달아주는 게 떳떳하지 않았을까. 과유불급(過猶不及), 뭐든지 지나치면 탈이 난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
#송철호#울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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