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 가산금리 조작 수천건 적발… “부당이자 환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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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자 소득-담보 누락해 금리 올려… 고의 인상-시스템 문제 가능성
금감원 “전수 조사 뒤 환급 계획… 내규 위반이라 처벌은 쉽지 않아”

은행들이 대출자의 소득이나 담보를 누락하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대출금리를 올려 받은 사례가 수천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최근 5년간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올려 받은 사례가 있는지 자체적으로 전수 조사한 뒤 더 받은 금리를 환급해줄 계획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올해 2∼5월 9개 은행(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 IBK기업 SC제일 한국씨티 부산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검사한 결과 부당하게 가산금리를 올려 받은 사례가 수천 건 적발됐다.

대출금리는 금융시장에서 결정되는 ‘기준금리’에 은행이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된다. 2012년 은행권이 공동으로 ‘대출금리 체계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을 통해 가산금리 산정 체계를 만들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사례가 대거 드러난 것이다. 특히 은행들이 대출자의 소득을 실제보다 줄이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입력해 가산금리를 높게 매긴 사례가 많았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부당하게 금리를 부풀린 사례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적발된 점을 감안했을 때 직원 개인의 실수보다는 은행들이 고의로 금리를 올리거나 금리 산정 시스템 문제로 금리가 잘못 산출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대상이 된 9개 은행을 포함해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최근 5년간 부당하게 대출금리를 매긴 사례가 있는지 자체 조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 더 올려 받은 금리가 있으면 환급하도록 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채권 소멸시효가 5년인 만큼 은행들이 최근 5년간 이뤄진 대출에 대해 부당하게 받은 이자를 환급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자체 조사를 제대로 했는지, 이자 환급액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도 추후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대출자들은 금감원이 공개한 이번 검사 결과가 불투명하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2억 원을 받은 이모 씨(34)는 “어느 은행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내 대출에 문제가 있는 건지, 만약 있다면 어떻게 환급을 받아야 하는 건지 전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는 끝났지만 추후 내부 심사 등을 거쳐 문제가 적발된 은행과 원인을 구체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자 환급액은 은행들의 자체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최대한 빨리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고의로 대출금리를 조작했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금감원은 “고의적으로 대출금리를 올린 게 드러나면 제재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출금리 모범규준은 자율 규제이기 때문에 이를 어겼다고 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물릴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22일 기자들과 만나 “(대출금리를 부당 산정한) 은행 직원은 내규를 위반한 것이어서 금감원 차원에서 제재를 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금감원#은행 가산금리 조작#부당이자 환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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