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사회] 노인 돌봄으로 돈도 벌고, 영어공부까지…워킹홀리데이 떠나는 청년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8일 19시 09분


황다람 씨(29·여)는 3년 반 동안 다니던 직장을 잠시 쉬고, 2017년 6월 호주 시드니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워킹홀리데이란 나라 간에 협정을 맺어 최대 1년 간 젊은이들로 하여금 여행 중인 방문국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특별히 허가해주는 제도다. 매년 4만 여명이 22개국으로 떠나고 있다. 그 중 호주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보통 바리스타나 셰프로 일하기도 하고 농작물 재배를 한다.

● 노인 돌봄으로 돈도 벌고, 영어공부까지


황 씨가 택한 일자리는 ‘지역 돌봄 노동자(community care workers)’다. 사회복지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호주와 캐나다는 국가재정으로 노인을 위한 요양사를 파견한다. 노인 뿐 아니라 장애인, 심장·허리수술을 받아 생활에 불편을 겪는 환자에게도 등급에 따라 돌봄노동자를 보낸다. 황 씨는 파견업체의 면접을 보고, 바로 일자리를 얻었다. 활달하고 진취적인 성격인 황 씨가 오기를 기다리는 노인들의 요청이 많아지면서 하루 3군데 정도 가정방문을 하기도 했다. 워킹홀리데이로 온 청년들이 다른 일을 하면서 시간당 최대 20달러(약 1만6000원)를 받는 것과 달리, 노인요양은 25달러 이상을 받는다.

황 씨는 “목욕서비스, 집안정리 뿐 아니라 간병에 지친 보호자들이 잠시라도 쉴 수 있도록 돌보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본래 간호사 자격증이 있었지만, 호주 자격증이 아닌 만큼 호주에서 인정을 받진 못했다. 그러나 황 씨는 “다문화 국가의 다양한 가정에 파견을 가면서 호주의 노령화 상황을 자세히 지켜볼 수 있었다. 10개월 간의 경험이 한국으로 돌아와 중환자실 간호사로 경력을 정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노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어하는 만큼 영어를 많이 배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물론 시급이 다른 직종보다 높다는 이유로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우도 많다. 허주영 씨(27·가명)는 “괴팍한 노인들을 만나거나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듯한 표정을 볼 때 ‘타국까지 와서 내가 왜 이렇게 해야 하나’ 후회스러워 그만뒀다”고 말했다. 청소업무가 포함되어 있다보니 “바닥을 세 번씩 닦아라”는 보호자들의 날선 지적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 국비보조 프로그램으로 자격증 취득 가능

자격증을 국내에서부터 준비해 현지취업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산업인력공단 ‘K-Move’ 사업의 하나인 ‘노인복지(Aged Care) 자격취득’ 지원프로그램은 연수기관인 해외교육진흥원, 가톨릭상지대학교 등을 통해 청년들이 현지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연간 25명 정도였던 교육생 규모는 호평에 힘입어 올해는 총 50명으로 늘어났다. 해외교육진흥원의 호주 ‘노인복지 양성과정’의 경우 어학교육 4주, 전공교육 13주, 실습 4주 등으로 모든 실습은 영어로 진행된다. 산업인력공단이 1인당 최대 800만 원 가량을 지원한다.

간호학과, 사회복지학과의 경우 우대를 받지만 반드시 해당전공이 아닌 학생들이 도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노인과 복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아야 취업까지 잘 이어진다”고 조언한다.

지난해부터 일본 케어복지사 양성과정을 시작한 가톨릭상지대는 입학 초기부터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했다. 백종욱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본은 사회복지나 고령화산업이 우리보다 10~20년 앞선 만큼 그곳에서 경험을 쌓고 관련분야에 계속 종사하려는 학생들이 많이 도전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톨릭상지대 학생 중 4명이 일본 의료복지 대표회사인 요시자와 그룹계열 ‘실버메디컬서비스’에 정규직으로 합격했다. 실버메디컬서비스는 도쿄에 총 열 두개 지점이 있는 노인요양보호파견서비스 업체다. 백 교수는 “한국 취업자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일본노인케어 회사인 그린라이프와 간호사 파견을 원하는 요시자와 병원 등과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노지현 기자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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