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안 “굽은 것 어쩌겠나… 벌목만은 피해야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페이스북에 정호승의 ‘나무’ 인용… 검찰 수사 필요성 완곡히 표현
일각 “양승태 고목나무詩 반박”

전수안 전 대법관(사진)이 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법원을 ‘나무’에 비유한 글을 올렸다. 정호승 시인의 시 ‘나무에 대하여’가 새겨진 비석을 배경으로 한 사진에 첨부한 글이었다.

전 전 대법관은 글에서 “이미 굽은 것을 어쩌겠는가. 하늘을 향해 다시 뻗거나 포기하고 바닥을 기거나 그도 저도 못해서 가지치기를 당하거나 그 또한 나무의 선택인 것을. 벌목만은 피해야겠지”라고 적었다. 정 시인의 시는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가 더 아름답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전 전 대법관이 ‘가지치기’라는 검찰 수사를 하더라도 ‘벌목’, 즉 사법부와 재판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완곡하게 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한편에서는 전 전 대법관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퇴임식 때 인용한 시 ‘고목나무 소리 들으려면’을 정면 반박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퇴임식에서 “오래됐다고 다 고목은 아니다. 그저 오래된 법관에 그치지 않고 고목 같은 법관이 될 수 있다면 더 없는 영광과 행복으로 여기겠다”는 시 내용을 낭독했다.

전 전 대법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7월 대법관에 임명돼 2012년 7월 퇴임했다. 당시 진보 성향 대법관인 김영란, 이홍훈, 박시환, 김지형 전 대법관 등과 함께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불렸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전수안#정호승#나무#수사 필요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