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뇌사자의 폐, 소아 환자에 이식수술…국내 첫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8일 21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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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성인 뇌사자의 폐 일부를 소아에게 이식하는 폐 부분절제 이식수술이 성공했다. 지난해 장기이식법 개정으로 이식대상자 선정 기준이 개정되면서 이러한 시도가 가능해진 것이다.

18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김영태 흉부외과, 서동인 소아과 교수팀은 3월 11일 폐동맥고혈압을 앓고 있는 소아에게 성인 뇌사자의 폐 일부를 절제해 이식하는 수술을 국내에서 첫 성공시켰다. 폐동맥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연결되는 혈관 안쪽에 문제가 생기면서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는 질환으로 생존 기간은 평균 2년밖에 안 된다. 유일한 치료 방법은 폐 이식이다. 국내 소아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약 5000명으로 추정되며 이중 폐이식 대상은 100명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는 임성균 군(7)은 3년 전부터 심한 가슴통증을 느꼈다가 지난해 폐동맥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수술 직전 임 군은 안정상태에서도 호흡곤란을 겪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아 폐 이식이 절실했다.

사실 지난해까지는 임 군처럼 폐 이식이 필요한 소아와 영유아 환자가 폐이식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 폐 공여자와 이식받을 환자의 키와 폐 크기 차이가 비슷할수록 폐 이식의 우선순위가 높았기 때문이다. 소아나 영유아 뇌사자는 드문 만큼 어린 환자는 항상 불이익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에서 관련 항목이 삭제되면서 임 군은 폐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재 임 군은 회복기에 접어들어 산소장치를 떼고 곧 퇴원 예정이다.

김 교수는 “폐를 일부분만 떼서 이식하는 것이어서 쉽지 않은 수술”이라면서 “이식 관련 법이 개선돼 앞으로 소아 환자들도 폐이식으로 새생명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부쩍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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