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경남 의령군 궁류면 벽계마을 주민들이 풍력발전 시험단지 건설을 반대하며 집회를 갖고 있다. 경남테크노파크가 개최하려던 주민설명회는 무산됐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제공
“차라리 우리 땅을 얼마간 내놓으라면 협상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풍력발전 소음에 평생 잠을 설칠 수는 없습니다.”
경남 의령군 궁류면 벽계마을 김봉진 이장(53)은 17일 “하루만 잠을 못 자도 정상 생활이 어려운데 매일 불면의 밤을 어떻게 보내라는 것이냐”며 “마을 인근에 더 이상 풍력발전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벽계마을은 고사리가 특산품이며 벽계저수지와 연계한 벽계관광지가 있다.
김 이장은 ‘의령 산성산 풍력설치 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이다. 대책위에는 대의면 신전, 곡소마을과 합천군 쌍백면 외초, 내초, 어파마을이 참여한다. 이들 마을 이장들은 부위원장이다.
이들 6개 마을 120가구 350여 명의 주민이 똘똘 뭉쳐 한목소리를 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마을 인근 한우산(해발 835.7m)에 민간업체가 3년 전 설치한 풍력발전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산성산(741.8m)에 풍력발전 시험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경남도와 의령군,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은 (재)경남테크노파크 조선해양에너지센터를 주관 기관으로 ‘산악지역 특화 풍력터빈 부품·시스템 복합시험 평가단지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비와 지방비, 민간자본 등 450억 원을 들여 풍력 실증(實證) 단지를 만드는 사업이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인 ‘2017년도 에너지기술개발사업 신규지원 대상과제 공모’에서 제주도와 함께 1단계(예비) 사업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주민설명회 등 절차를 거쳐 7월경 두 곳 가운데 한 곳이 최종 사업지로 확정된다.
의령, 합천 주민들은 주민설명회부터 무산시키고 모든 절차를 차단하기로 결의했다. 경남테크노파크 조선해양에너지센터 등이 16일 오전 궁류면 벽계마을 회관, 오후 대의면 신전마을에서 각각 개최하려던 주민설명회는 주민 저지로 무산됐다. 주민들은 ‘풍력반대, 죽음까지 불사한다’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결국 조선해양에너지센터 관계자는 “국책사업이라 하더라도 주민들이 반대하면 추진하기 어렵다”며 발길을 돌렸다. 주민들은 “앞으로 사업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 달라”고 요구했으나 센터 관계자는 거절했다.
18일 쌍백면에서 열기로 한 주민설명회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역 주민들은 “한우산 풍력발전의 소음으로 인해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다”며 “하루를 묵고 간 관광객들도 ‘다시는 안 올 것’이라고 불평한다”고 전했다. 한우산 풍력발전과 인근 마을의 거리는 1∼1.5km이며 산성산 예정지 역시 비슷한 거리다. 산성산과 한우산도 1.8km 정도 떨어져 있다.
한우산 풍력발전 소음 민원 해결에 소극적이던 경남도와 의령군이 산성산에 풍력 시험단지 건설을 또 추진하는 것을 두고 ‘주민 무시’로 보는 시각도 많다. 주민들은 산업부와 경남도, 의령군 등에 풍력시험단지 건설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곧 내기로 했다.
김 이장은 “억만금을 주더라도 소음과 저주파 공해, 산사태 위험이 있는 풍력발전에 대한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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