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들이 펴낸 ‘마을 어르신 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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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군 송면중 전교생 30명 참여, 인터뷰 모음집 ‘소녀와…’ 발간

“할머니께서는 특별한 일이 없다며 자신을 낮게 평가하셨지만 인터뷰 때마다 할머니가 정말 특별하고 존경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송면중(교장 김상열) 1학년에 다니고 있는 정윤서 양(13)은 지난 한 해 동안 친구와 함께 자신의 옆집에 사는 할머니를 지속적으로 만났다. 이 학교가 ‘행복씨앗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위대한 평민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송면중의 독특한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에게 ‘소박하지만 열심히 삶을 산 많은 사람들이 훌륭한 사람이다’는 관점을 갖고 주변 사람들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 프로젝트에는 송면중 전교생 30명이 모두 참여했다.

1년간 송면중 학생들의 노력을 담은 ‘소녀와 할머니의 공기놀이’(223쪽·사진)가 책으로 발간됐다. 제목은 한 학생이 인터뷰 대상 할머니와 공기놀이를 즐긴 걸 계기로 지어졌다.

책에는 학생들이 송면중 인근 8개 마을을 다니며 만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들려준 이야기와 소통하고 공감한 내용이 담겨 있다. 처음에는 초인종을 누르는 것조차 어색할 정도였지만 몇 번씩 어르신들을 만나며 친해지는 과정, 고단하고 힘들었던 삶을 이해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과정도 진지하게 녹여냈다.

김진형 군(2년·14)은 “가난하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찾으신 할머니의 삶을 들여다보고 나 역시 희망을 얻었다. 프로젝트가 끝났지만 할머니를 자주 찾아가 말동무를 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손정웅 군(3년·15)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글로 써보니 역사책 한 권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위대한 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와 같이 젊은 시절을 고생하면서 보낸 모든 여성분들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김상열 교장은 “학생들이 이번 활동을 통해 어르신들의 노고와 애향심을 알고, 마을에 대한 자긍심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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