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화재]구조 참여 시민 “대부분 의식 잃고 얼굴 검게 그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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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월 26일 1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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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6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사진=26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에서 인명 구조에 참여한 20대 시민은 “(직접 본 사상자 중)98%가 의식을 잃었더라. 얼굴, 목, 코 쪽에 (연기에)검게 그을린 자국이 있었다. 손도 당연히 다 그을렸다”며 “화상 입은 사람은 못 봤다”고 전했다.

우영민 씨(25)는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사다리차와 슬라이드(화재 등 사고 때 사람들이 미끄럼타듯이 내려올 수 있도록 설치된 비상탈출용 기구)를 타고 내려오는데 할머니들이 숨을 거둔 상태시더라”며 “숨을 거두신지도 모르고 이불 같은 걸로 체온 유지하려고 이불로 몸을 싸매고 핫팩을 넣어드리고 그랬다”고 당시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우 씨는 이날 오전 7시 40분경 야간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다 화재 상황을 목격했다. 최초 신고(오전 7시 32분)가 접수된 지 8분 만이다.

우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검은색 연기가 병원 전체를 다 뒤덮은 상황이었다. 1층에서는 불씨가 올라오고 있었다”며 “소방차가 와 있었다. 1층에서 화재 진압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창문으로 손을 내밀고 소리를 지르면서 긴박한 상황을 알리더라”며 “연기가 더 심해져서 검은 연기가 건물 전체를 덮으니까 사람이 완전히 안 보였다”고 말했다.

세종병원 본관 건물에서 환자 구조 작업을 도왔다는 우 씨는 “환자들이 옥상으로 대피해 헬리콥터에서 소방대원이 내려와서 데리고 올라갔다. 4층에 계신 분들은 슬라이드를 이용해 한 명, 한 명씩 내려오더라”고 설명했다.

우 씨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도 “다른 시민들이 슬라이드를 잡았고 저는 젊었기에 시신을 직접 옮겼다. 사망자 6명을 옮겼는데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며 “사다리 차를 타고 내려오는 (환자 중) 움직일 수 있는 분들도 계셨고, 간호사들과 가운을 입은 의사 같은 분도 같이 구조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한편 밀양보건소 측은 이날 오후 사망자 수 중복집계 등의 착오가 있었다며 사망자 수를 37명으로 정정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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