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재설치 놓고 주민 대립
학부모 “교통사고 예방 위해 필요”
노년층 “횡단보도가 보행 편리”
22일 서울 종로구청 앞에서 종로구 신영동과 평창동 주민들이 육교 재설치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노년층은 횡단보도를 선호하지만 초등학생과 학부모는 육교를 선호한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육교가 세대 간 갈등을 부르고 있다.
걷기 편한 거리를 선호하는 가운데 오래된 육교는 철거하고 횡단보도를 긋는 추세지만 연령과 처한 상황에 따라 의견은 첨예하게 갈린다.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육교가 안전하다며 설치하자고 하지만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노년층은 횡단보도가 더 편하다. 이 같은 갈등 양상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예고 앞과 근처 신영동에서 터져 나왔다.
약 40년 된 두 곳의 육교는 2015년 안전정밀진단 D등급을 받고 지난해 11월 철거됐다. 갈등은 종로구가 이곳에 다시 육교를 짓겠다고 하면서 비롯됐다. 구 관계자는 “두 지역 도로의 커브와 경사, 상시 교통량을 검토한 결과 횡단보도로는 보행 안전을 확보할 수 없어 육교를 지어야 한다”고 24일 말했다.
앞서 9일 열린 신영동 설명회에서는 세검정초등학교 교사 및 학부모 대 신영동 노년층의 설전이 벌어졌다. “우리 아이가 차에 치여 다쳐도 된다는 말이냐”는 주장에 “초등학생이 건널목을 못 건널 정도면 교육에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반박이 맞붙었다.
종로구 측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육교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잦다는 소비자보호원 조사 결과도 있고 가뜩이나 좁은 인도를 더 좁게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평창동 육교에 대해 서울예고 측은 과거처럼 육교가 교문 쪽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반면 주민들은 횡단보도를 더 선호한다.
종로구는 “지난해 9월 두 군데 육교에 플래카드를 붙여 ‘철거 후 재설치’ 계획을 알렸다. 뚜렷한 민원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육교는 제작이 끝나 설치만 하면 되는 만큼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신영동 주민대책위는 “지난해 주민 6000명 중 2000명 이상이 참여한 ‘육교 재설치 반대 서명’을 구에 제출했고 구청장과도 여러 차례 만났다”며 “구가 독단적 정책을 그만둘 때까지 횡단보도 설치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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