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도-학교폭력 지도 업무 등 숙련도 필요한 업무에 신입 배정
“교원연수-실습교육 기회 늘려야”
지난해 임용시험에 합격한 A 씨(26)는 서울의 한 고교로 발령받자마자 생활지도 업무를 맡게 됐다. 학교 업무분장 문서를 확인해보니 다른 업무 옆에는 교사 이름이 적혀 있는 반면 생활지도 업무에는 ‘신규’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생활지도를 무조건 신규 교사가 하도록 짰던 것이다.
A 씨에 앞서 생활지도를 담당했던 선배 교사는 신입 교사일 때부터 내리 3년 동안 그 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A 씨는 “전임 교사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을 수 있었던 나는 다른 신입교사에 비해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고 말했다.
중고교에서 학급 담임이나 생활지도 업무는 높은 숙련도가 필요한 교직 업무다. 학생과 학부모를 직접 마주해야 할 상황이 많아 감정 소모는 물론이고 갈등을 겪을 확률도 높다. 기피 업무 중 하나로 현장 경험이 거의 없는 신입 교사가 생활지도 업무를 떠안는 경우가 많다.
2016년 9월 강원도교육청이 발간한 ‘새내기 교사 지원 방안’에 따르면 2016년 담임을 맡은 강원 지역 중학교 신규 교사는 54.9%였다. 반면 전체 교사의 담임 지정 비율은 48.8%였다. 담임을 맡는 신규 교사의 비율이 평균보다 높은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중고교 신규 발령 후 1년 동안 담임 지정 배제를 권고한다’고 지적했다. 신규 교사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신의 수업에 대해 성찰하거나 학생·학부모 상담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생활지도 업무 중 학교폭력(학폭) 처리를 맡은 신입 교사는 더 큰 부담감을 느낀다. 3년차 중학교 교사 B 씨(33)는 임용 첫해 학폭 처리를 맡은 뒤 7차례 학폭을 처리했다. 가해·피해 학생 학부모가 학교와 시교육청에 학폭 처리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는 등 B 씨에게 큰 심적 부담을 안겼다. B 씨는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5일 동안 연수를 받았지만 막상 학폭 처리를 할 때는 배운 내용들이 소용없었다”며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17년 동안 생활지도 업무를 맡아온 C 교사(60)는 “자기 손에 피 묻히는 걸 좋아하는 교사는 없다. 신규 교사, 전입 교사, 기간제 교사가 생활지도 업무에 1순위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교가 신입 교사들에게 처음부터 높은 숙련도가 필요한 업무를 맡기는 것도 문제지만 교생 실습이나 학교 발령 전 받는 교원연수 등 예비교사 교육도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조대훈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대학 수업을 통해서만 터득하기는 어렵다”며 “국가가 나서서 실습 학교와 실습 지도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시스템을 개선해 실습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독립·민간 연구모임인 더미래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교원 양성 및 선발 구조에 대한 근본적 전환을 제안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임용시험 후 1년간 실습 및 훈련과정을 의무화한다. 핀란드 영국 등에서는 1년, 프랑스는 1∼2년, 미국은 최대 5년 동안 교원실습 및 수습 기간을 두고 있다. 반면 한국은 1개월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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