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州 아파트서 새벽 2시께 화재… 베란다서 홀로 구조된 23세 엄마
“술취해 이불에 담뱃불 끄고 잠들어”… 경찰, 중실화 등 혐의로 긴급체포
네 살 맏이가 칭얼대는 동생들을 달랬다. 두 살 남동생과 생후 15개월 여동생은 엄마를 찾다가 결국 잠이 들었다. 그렇게 삼남매는 작은방에 나란히 누웠다. 잠시 후 화마(火魔)가 집을 덮쳤다. 잠자던 어린 삼남매는 함께 숨졌다. 정유년 마지막 날의 비극이었다.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2시 26분이다. 소방관들은 불이 난 11층으로 출동해 25분 만에 진화했다. 그러나 작은방에서 자던 삼남매는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어머니 A 씨(23)는 베란다에 피해 있다가 구조됐다.
A 씨는 전날 오후 7시 외출했다. 친구를 만나 소주 1병 반가량을 마셨다. 삼남매 아버지인 B 씨(22)는 같은 날 오후 9시 44분 자는 아이들을 남긴 채 외출했다. 친구들과 인터넷 게임을 하기 위해서다. 두 사람은 나흘 전 이혼했지만 아직 한집에 살고 있다. 술에 취한 A 씨는 B 씨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보냈다. “죽고 싶다” 등이었다. 전화도 9차례 걸었다. 하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A 씨가 귀가한 건 31일 오전 1시 53분. 4시간 이상 어린 삼남매를 방치한 것이다. 그로부터 33분 후 집 안에서 불이 시작됐다. 발화 지점은 삼남매가 자던 작은방 문 앞으로 추정됐다. A 씨는 경찰에서 “술에 취한 채 작은방 앞에서 담배를 피우다 막내가 칭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바닥에 있던 이불에 담뱃불을 끈 뒤 아이들 자는 방으로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잠시 후 A 씨는 문틈으로 연기와 뜨거운 기운을 느껴 잠에서 깼다. 이어 삼남매가 깨어나자 연기를 마실 것을 걱정해 이불을 덮어줬다는 것이 A 씨 주장이다. 곧이어 거실 상황을 확인하려고 방 밖으로 나왔다가 불길과 연기에 당황해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A 씨가 만취 상태에서 담뱃불을 이불에 껐다가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와 B 씨는 중학교 동창이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첫아이를 낳았다. 2015년 결혼했다. B 씨는 PC방과 술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A 씨의 시아버지(53)는 “손자 손녀를 위해 생활비를 보내줬다”고 했다. 부모의 도움까지 받았지만 두 사람은 생활고 등으로 자주 다퉜다. 결국 이혼했다. 이혼 후 A 씨가 매달 양육비 90만 원을 받고 삼남매를 키우기로 했다. 그러나 A 씨는 삼남매를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해 최근 아이들을 보낼 보육원을 알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를 중실화 및 과실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정확한 화재 발생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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