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천 화재前 1층천장 열선 펴는 수작업… 경찰 “발화 원인인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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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관리인 “주차장 곳곳서 작업”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1층 주차장 천장의 각종 전선이 늘어져 있다. 제천=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1층 주차장 천장의 각종 전선이 늘어져 있다. 제천=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화재로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의 건물 관리인이 불이 시작된 1층 주차장 천장에서 일부 피복이 벗겨진 열선의 얼음 제거 작업을 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경찰은 열선 작업이 누전으로 번져 불이 난 것으로 보고 구체적 경위를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건물 관리인 김모 과장(51·체포)은 21일 화재 발생 50분 전까지 천장 곳곳에서 배관 동파 방지용 열선을 손으로 잡아당겨 얼음을 털어냈다고 진술했다. 일부 피복이 벗겨진 낡은 열선의 경우 날씨가 추워지면 형태가 수축된다. 또 동파된 천장 배관에서 흘러내린 물로 열선이 얼면 누전차단기가 작동하기 때문에 자주 얼음을 털어냈다는 것이다. 건물 관리인들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같은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열선 피복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고 오랫동안 물에 젖으면 굳고 벗겨지는 현상이 빠르게 발생한다”며 “피복이 벗겨진 열선에 물이 닿으면 합선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경찰 조사 초기 “천장에서 아무 작업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제시하자 “떼어낸 천장 일부를 무릎과 손으로 쳐 얼음을 제거했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이 다시 얼음이 떨어지는 장면이 없는 CCTV를 내밀자 그제야 “천장 내부의 얼어붙은 열선을 손으로 당겨 펴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또 경찰 조사 결과 건물주 이모 씨(53·체포)가 열선공사 비용을 아끼려다 화재의 단초를 제공한 정황도 포착했다. 11월 14일 소방설비업체 J사로부터 이 씨가 받은 견적서에 따르면 1층 배관에 히터 4개를 설치하면서 231만 원이 들어갔다. 대금 지불 후인 이달 14일 J사는 열선 3개 추가 설치 견적서(221만 원)를 보냈지만 공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씨는 체포되기 전 동아일보와 만나 “지난달 열선 일부를 새로 설치했는데 비용이 너무 비싸 직원들에게 직접 작업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했다”며 “직원들이 직접 공사하는 건 어렵다고 해 ‘억지로 하지 말고 일단 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결국 낡은 열선을 모두 교체하는 대신 미봉책으로 낡은 열선을 펴는 작업을 한 게 누전으로 번져 불이 났을 수 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이 씨와 김 과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및 치상과 소방시설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씨에게는 건축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8, 9층 레스토랑 테라스와 옥탑을 개인 휴식공간으로 불법 증축한 혐의다. 경찰은 불법 증축 탓에 화재 당시 연기가 잘 빠져나가지 않고 옥상으로 대피한 사람들의 헬기 구조가 방해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경찰은 J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업체 대표 이모 씨를 소환 조사했다.

제천=김배중 wanted@donga.com·이민준·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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