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탕서 ‘심야 알바’ 하던 목사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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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희생자 4명 영결식… 29명 장례 마무리
합동분향소에 6300명 다녀가

“여기서 한 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구조를 잘 알고 있었을 거야….”

26일 충북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고 박재용 목사(42) 유족은 박 목사가 스포츠센터에서 나오지 않은 까닭을 짐작하며 얘기하다 말문이 막혔다. 화재가 난 21일 박 목사는 박한주 목사(62·사망)와 크리스마스 준비 회의를 마치고 스포츠센터 사우나를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3층 남탕에 있던 대부분은 살아 나왔다. 유족들은 두 목사가 사람들을 대피시키려다 나오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박재용 목사는 지난달부터 스포츠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매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시급 5000원을 받고 수건 세탁을 했다. 이달에는 12일 하루만 쉬고 매일 일을 해 20일 첫 월급도 받았다. 돈을 받은 다음 날 자신이 믿는 신의 곁으로 갔다.

박재용 목사가 아르바이트까지 한 것은 2년 전 개척을 시작한 교회 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열린 두 목사의 합동 발인식에서 유족과 신도들은 개신교 찬송가 ‘천국에서 만나보자’를 부르며 고인들을 추모했다. “만나보자”는 후렴구를 부를 때마다 울음바다가 됐다. 이날 같은 곳에서 열린 정모(56·여) 신모 씨(53·여) 발인을 끝으로 희생자 29명은 모두 영면했다.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제천체육관에는 이날도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내를 떠나보낸 김모 씨(65)는 분향소가 차려진 뒤 24일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아내 영정사진을 보던 그는 “28명이 함께 있으니 외롭지는 않을 거네”라며 또 눈시울을 붉혔다. 학교 등의 단체 조문객도 이어졌다. 제천 송학중 전교생 39명 가운데 28명은 오전 수업만 한 뒤 교사들과 분향소를 찾았다. 학생들이 가자고 요청했다고 한다. 교사 박은희 씨(34·여)는 “가장 슬픈 연말이다. 고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학교에서 계획된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고 말했다. 제천시는 이날까지 약 6300명이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제천=김배중 wanted@donga.com·전채은 기자
#제천#화재#목사#영결식#합동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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