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좋은 환경 제공하고 싶다”…37년 보육에 헌신한 이순식 원장 훈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9일 1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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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의당면에 있는 오인어린이집은 논밭에 둘러싸여 있다. 붉은 벽돌로 지은 2층짜리 신식 건물이라 동네 어디서든 한 눈에 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논밭이던 이곳에 어린이집이 들어선 것은 오인어린이집 이순식 원장(63·여)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땅을 공주시에 기부 체납한 덕분이었다.

이 원장은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8년부터 아이들을 돌봐왔다. 당시 20대였던 이 원장은 농번기에 일하러 나간 부모들을 대신해 동네 아이들을 살뜰히 챙겼다. 이때만 해도 변변한 보육 공간이 없어 마을 창고나 교회를 전전해야 했다. 숨통이 트인 건 1981년 충남도로부터 유아원으로 지정되면서다. 마을 창고를 유아원으로 개조했다. 1994년에야 어린이집으로 문패를 바꿔 달았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다는 아쉬움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공주시로부터 국공립어린이집 신축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문제는 부지였다. 이 원장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땅(717㎡)이 떠올랐다. 2남 4녀 중 막내인 이 원장은 오빠와 언니들에게 “이 땅에 어린이집을 짓고 싶다”고 부탁했고 모두 이 원장의 뜻을 흔쾌히 따라줬다. 2007년 오인어린이집이 완공됐다.

이 원장은 농촌 지역 특성 상 등하원 거리가 먼 아이를 위해 등하원 차량 운영 비용 중 일부를 직접 부담한다. “전 부양가족이 없어서요.” 이 원장은 미혼이다. 37년간 700여 명의 아이가 이 원장의 손을 거쳤다. 오인어린이집에는 현재 66명이 다닌다. 과거 이 원장이 돌본 아이가 부모가 돼 자신의 자녀를 맡긴 경우까지 있다. 이 원장은 “이들이 ‘원장님, 저 그때 누굽니다’라고 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평생 보육사업에 헌신한 이 원장의 공로를 높이 평가해 국민훈장 석류장을 주기로 했다. 그는 “모든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가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열악한 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했다. 복지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보육사업 유공자 정부포상식’을 열고 이 원장 등 310명에게 훈장 및 표창을 수여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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