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때 한국도움 생각나… 힘내요 포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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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强震 파장]日 20대여성 지진대비 요령 올리고 핫팩 240개 등 구호물품 보내
전국서 성금 82억원 온정 손길… 복구 지원 자원봉사 9000명 육박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이웃나라 한국이 일본에 많은 지원을 했잖아요. 그때가 생각나서 보냈어요.”

일본에 사는 이와타 메구미(巖田惠·28·여·사진) 씨가 21일 기자에게 전한 카카오톡 메시지다. 그는 아이치(愛知)현에 사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러나 15일 한국의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소식을 듣고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말과 글에 능숙한 이와타 씨는 인터넷을 검색해 포항시 트위터 계정을 찾았다. 그리고 지진이 발생했을 때 행동요령, 신문지로 체온을 유지하는 방법 등 재난 대응방법을 담은 파일 64개를 올렸다. 추위를 덜어줄 ‘핫팩’과 비상시 얼굴 등을 닦을 수 있는 세안물품, 간이화장실 용품도 보내겠다고 적었다.


20일 이와타 씨가 처음 보낸 핫팩 240개가 포항에 도착했다. 나머지 물품도 차례로 보낼 예정이다. 이와타 씨는 “어릴 때 고베(神戶) 지진이 발생해 고베에 살던 친척들이 대피해야 했다. 당시 상황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포항시민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물품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관심이 많다. 10년 이상 한국어를 배웠고 시민강좌 프로그램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할 정도다. ‘한일혜’라는 한글 필명도 있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일본인이라는 뜻이다. 이와타 씨는 “이번 지진을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에 대비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했다. 또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들이 컨디션 조절을 잘해서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포항시민을 응원하는 각계의 온정도 이어지고 있다. 포항시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재해구호협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모인 성금은 약 82억 원에 달한다. 구호품은 생수 25만 병을 비롯해 이불과 옷, 라면, 쌀 등 13만 점을 넘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고3 수험생은 포항 지역 수험생에게 전달해 달라며 자신이 받은 초콜릿과 담요 등을 보냈다. 이 학생은 “기도하는 마음이 담긴 초콜릿으로 다시 (포항의 수험생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메모를 남겼다. 충남 대천농협의 주부대학 회원 48명은 포항에 ‘과메기 여행’을 떠나려다 취소하고 여행 경비로 라면 40박스를 구입해 보냈다. 또 이재민을 돕고 복구활동에 나서겠다는 자원봉사자는 21일까지 8848명에 달한다.

포항=장영훈 jang@donga.com·김단비 기자
#포항#지진#일본#지진대비#성금#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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