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이 부친 살해, 금품 노린 계획범행에 무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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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시비 끝 우발살인” 주장 피의자, 범행 2시간전부터 집주변 배회
평소 경제적 어려움 시달려… 경찰, 금융거래 기록 등 확인중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42)의 부친 윤모 씨(68)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피의자 허모 씨(41)가 27일 범행을 시인했다. 허 씨는 경찰에서 “부동산 업무 때문에 양평에 갔다가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금품을 노린 계획적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날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허 씨의 채무관계 등 금융거래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경기 양평경찰서와 허 씨 지인 등에 따르면 허 씨는 최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려온 것으로 보인다. 허 씨가 얼마 전까지 일했던 한 건물관리회사 관계자는 “월급 없이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만 지급하는데 허 씨는 실적이 없어 수입이 거의 없었다. 경쟁적인 환경에 적응을 못해 3개월 만에 사실상 정리해고됐다”고 말했다.

올 4월까지 허 씨와 같은 부동산업체에서 일했던 동료는 “허 씨가 이혼 후 어머니와 함께 살았고 최근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며 “계속 연락을 주고받다가 추석 이후 전화를 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허 씨 가족은 얼마 전 ‘허 씨와 연락이 안 된다’며 경찰에 실종신고까지 했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허 씨 위치가 파악돼 종결처리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허 씨가 윤 씨의 금품을 노리고 접근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허 씨는 범행 2시간쯤 전인 25일 오후 5시 10분경 윤 씨 집 주변에 나타났다. 범행 대상인 윤 씨를 미리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허 씨가 자신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범행 일주일 전부터 지우는 등 범행 전 행적을 감추려 한 정황도 새로 드러났다. 윤 씨 시신을 부검한 결과 예리한 흉기에 의한 경동맥 손상 등 다발성 자창이 사인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허 씨가 사용한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허 씨는 경찰 조사에서 “횟집에서 가져온 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시기와 장소는 말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원한 관계에 의한 범행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허 씨와 피해자 측 모두 서로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허 씨가 다른 경로로 피해자 정보를 알았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윤 사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50)를 조사할 계획이다.

허 씨는 “주차 시비에 따른 우발적 범행”이라고 밝힌 뒤 자세한 내용을 진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 부인은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오후까지 남편과 함께 있었는데 주차 시비가 난 적이 없었다”며 “이 마을에 10년 살면서 한 번도 주차 문제로 목소리를 높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윤 씨의 집은 고급 전원주택 40여 채가 모여 있는 언덕 꼭대기에 있다. 윤 씨의 집 바로 옆에는 전원주택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라 대형 공사차량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특히 신축 주택의 위치가 숨진 윤 씨의 집을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조다. 하지만 윤 씨와 별다른 마찰을 빚지는 않았다는 게 이웃의 설명이다. 한 주민은 “윤 씨가 주민들에게 늘 친절해 원한을 살 성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평=최지선 aurinko@donga.com·남경현 / 이지훈 기자
#윤송이#부친#살해#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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