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심리적 종속… 살인행위조차 수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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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父女’ 상식 초월 유대관계

“다 사정이 있을 거예요. 우리 아버지 그런 사람 아니에요.”

이영학의 딸 이모 양(14)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기색이 엿보였다. 12일 경찰에서 “아빠가 친구를 죽이려고 데려온 것 알고 있느냐”는 프로파일러 질문에 대답하는 순간이었다. 이어 “아빠에게 맞은 적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프로파일러가 아버지 범행을 추궁하자 딸은 “그런 적 없고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13일 경찰이 밝힌 이 양의 조사 결과 중 일부다. 이번 조사에 투입된 프로파일러 6명이 분석한 결과 이 씨와 이 양의 관계는 상식을 뛰어넘었다. 이 양은 친구 김모 양을 유인해 수면제를 먹이고 시신 유기에 가담하는 등 아버지의 범행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경찰은 “이 양은 아버지가 없으면 ‘내가 죽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강력한 심리적 종속 관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양은 “○○이를 불러라”는 이 씨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이 씨는 수면제를 넣은 음료 두 병을 딸에게 건넸다. “한 병을 ○○이에게 먹여라”는 새로운 지시가 이어졌다. 이 양의 마음에 ‘아빠랑 잘하기로 약속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키지도 않은 수면제 음료 반 병과 ‘감기약’ 2알을 챙겨 친구에게 건넸다. ‘감기약’은 사실 신경안정제였다. 또 친구의 시신을 아버지와 함께 야산에 버리는 걸 도우면서 김 양을 애타게 찾는 가족과 친구에게 태연히 거짓말을 했다.

딸이 아버지를 두려워해 범행에 가담한 건 아니라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양은) 아버지를 정말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아버지에 대한 어떤 나쁜 이야기도 하는 걸 싫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양이 이영학의 공범이 된 원인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아버지의 유전병을 물려받았고 △친구 대신 같은 질병을 앓는 아버지에게 의지했으며 △아버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양에게) 지능적 장애가 있는 건 아니나 기본적으로 사고가 왜곡된 상태”라며 “아버지가 하는 일이라면 비상식적이어도 의심 없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예윤 yeah@donga.com·이지훈 기자
#어금니 아빠#살인사건#심리적 종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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