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이영학 “성욕 채우려 범행… 지옥에서 불타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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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여중생 살인’ 수사결과 발표

“죽은 아내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이 딸 친구 김모 양(14)을 집으로 부른 이유다. 아내를 언급했지만 비뚤어진 성욕(性慾)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영학은 치밀하게 범행 대상을 골랐다. 원래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했으나 여의치 않자 다루기 쉬운 상대를 선택한 것이다.

“○○이가 착하고 예쁘니 데려와 봐.” 이영학은 딸 이모 양(14)이 초등학교 때 집에 놀러 온 김 양을 기억했다. 무난한 표적이었다. 이 양은 집에 온 김 양에게 수면제를 먹였다. 이 양은 나중에 “아빠의 계획을 그르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영학은 희귀병을 물려받은 딸에게 참혹한 범죄자의 낙인까지 새겼다.

이영학은 13일 “아직 모든 게 꿈만 같다. 영원히 지옥에서 불타겠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그동안 딸에게만 미안해하던 이영학은 이날 자신의 민낯을 처음 드러내고 사죄했다. 그러면서도 “아내가 죽은 후 계속 약에 취해 있었고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약 기운을 탓하기에 이영학 부녀의 행동은 너무 치밀했다. 딸 이 양은 이영학의 지시에 따라 김 양에게 ‘졸피뎀’(수면제)을 3알이나 갈아 넣은 드링크 음료를 마시게 하고, 신경안정제 2알을 추가로 건넸다.

이영학은 잠든 김 양을 안방으로 데려간 뒤 ‘혹시라도 잠에서 깰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수면제 3알을 물에 타 김 양의 입에 흘려 넣었다. 이어 김 양의 옷을 벗기고 성추행했다. 경찰은 이영학의 음란기구 사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한 기구 3점을 정밀 감정하고 있다. 잠들어 있던 김 양은 24시간이 지난 1일 낮 12시 30분경 깨어났다. 공포에 질린 김 양이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자 이영학은 수건과 넥타이 등으로 목 졸라 살해했다.

경찰은 이영학의 범행 동기를 ‘비상식적으로 높은 성(性)적 각성 수준’에서 찾았다. 경찰은 “이영학은 자신의 강한 성적 욕구를 맞춰줄 사람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학의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도 높게 나왔다. 경찰이 이영학을 상대로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PCL-R) 검사를 한 결과 25점(40점 만점)이 나왔다. 이 검사에서 25점 이상 받으면 사이코패스 성향으로 분류된다. 2015년 주차장에서 30대 여성을 납치 살해한 김일곤은 33점, 2003∼2004년 부녀자 등 21명을 살해한 유영철은 38점, 8명을 살해한 강호순은 27∼28점이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교수(경찰학)는 이영학을 ‘경계성 사이코패스’로 진단했다. 통상적 사이코패스 범죄자와 달리 경제적인 욕구와 일부 논리적 언행 탓에 점수가 다소 낮게 나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숨진 김 양은 연예인을 꿈꾸는 평범한 여중생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예인 사진을 올리는 게 취미였다. 장례가 치러진 8일 운구 행렬은 김 양이 평소 가고 싶어 했던 서울 강남의 한 연예기획사 앞을 지나 화장장으로 향했다. 김 양 학교 관계자는 “김 양 친구들이 너무 괴로워해 집단 심리상담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영학을 강제추행살인,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딸 이 양에게는 추행유인과 사체유기 혐의(불구속)가 적용됐다. 경찰은 이영학의 여죄를 수사할 계획이다. 이영학은 서울 강남에서 1인 마사지숍을 운영하며 성매매를 알선하고, 숨진 아내 최모 씨(32)를 성매매에 동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영학이 최 씨를 폭행하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도 조사 대상이다.

권기범 kaki@donga.com·구특교 기자
#이영학#여중생 살인사건#어금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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