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그대로인 벽지근무 수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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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양극화 지방학교가 위태롭다]한번 오가는 뱃삯 2만4000원
月수당 4만원… 2회 값도 안돼

“금오도에서 여수를 오가는 뱃삯이 왕복 2만4000원이에요. 주민등록을 금오도로 옮겨 도서주민 할인(50%)을 받은 가격이 그래요. 그런데 한 달에 나오는 벽지수당이 4만 원이에요. 한 달에 두 번 육지로 나갈 뱃삯도 안 되는 거죠.”(전남 여수시 금오도 여남초 교사들)

벽지 학교 교사들은 교사들의 지방근무 기피 현상을 완화하려면 수당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벽지 학교는 가장 열악한 학교가 ‘가급’, 이어 ‘나, 다, 라급’까지 모두 4단계로 구분돼 있다. 이 중 가급 학교 근무 교사에게는 월 6만 원의 벽지수당이 지급된다. 나, 다, 라급 교사에게는 각각 5만, 4만, 3만 원이 지급된다. 여남초는 벽지 학교 중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인 다급이다. 월 4만 원의 벽지수당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벽지 학교 수당은 벽지 근무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여남초 나주섭 교감은 “20여 년 전 거문도에 근무할 때도 벽지수당이 이 정도였다”며 “수당 문제가 교사들의 가장 큰 불만사항은 아니지만 최소한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수당을 현실화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의 벽지수당 지급이 사실상 ‘생색내기’에 그치는 동안 도서 산간 교사들은 2중, 3중의 생활비를 부담하고 있다. 여남초 양선화 교사는 “원래 집은 광주에 있지만 여남초로 발령을 받은 뒤 광주집이 너무 멀어 여수에도 전셋집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집이 세 군데인 셈이다.

나 교감은 “요즘 젊은이들이 얼마나 똑똑하고, 그중에서도 교대를 나온 학생들은 또 얼마나 우수한 인재들이냐”며 “가장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데 그들이 도서 산간 학교에 오지 않는다고 욕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여수·구례=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임용#수당#지방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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