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위원회 권고안 모두 수용
교통혼잡 이유로 시위금지 못해
살수차-차벽도 사용 않기로
내부 “사소한 흠결 기준 불분명
시민단체 장악 개혁위 눈치보나”
경찰이 평화적 집회라면 ‘사소한 흠결’에 대해선 경찰력 행사를 절제하겠다고 밝혔다. 폭력이 수반되지 않는 집회나 시위라면 차선 침범을 비롯해 위법 사안이라도 경미하다면 가급적 처벌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취지지만 일반 시민의 불편을 외면하면서까지 위법을 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은 7일 경찰개혁위원회가 발표한 ‘집회·시위 자유 보장을 위한 권고안’을 다 받아들였다. 권고안은 ‘시위는 본질적으로 제3자에 대한 일시적 불편이나 생활상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경찰이 교통 혼잡을 이유로 시위를 금지하지 못하게 했다. 또 평화 시위라면 당초 신고한 시간을 초과해도 경찰이 자진 해산을 요청할 수 없다고 권고했다. 경찰과 집회 주최 측이 관행적으로 맺던 준법집회시위협정도 폐지하기로 했다.
10년가량 시위 관리를 전담한 일선서 경찰관은 “사소한 흠결의 명확한 기준이 없어 자칫 위법을 처벌하지 말라는 취지로 인식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청 관계자는 “사소한 흠결이란 가두행진을 하는 시위 참가자 일부가 사전 신고한 도로 범위를 벗어나는 수준을 말한다”며 “시내 사거리를 무단 점거해 교통을 마비시키는 등의 과도한 불법행위는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집회 시위 현장에서 살수차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2015년 ‘민중총궐기’ 시위 당시 경찰의 물포 발사로 촉발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후속 조치다. 소요사태 또는 핵심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공격이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소요사태란 다중이 모여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칠 정도의 폭력을 행사할 때를 의미한다. 초대형 집회 시위라도 소요사태라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시위에서의 살수차 금지는 1999년 경찰의 최루탄 사용 금지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소요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최루액을 섞어 뿌리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최대 수압도 낮췄다.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위헌 취지로 결정한 차벽(車壁)도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개혁위는 집회·시위를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평화적 시위라면 최대한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라고 경찰에 권고했다. 경찰은 폴리스라인 등으로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거나 과격한 폭력을 저지할 수 없을 때에 한해서만 차벽을 설치하되 50m마다 한 곳씩 통행로를 열어주기로 했다. 또 ‘진압’ ‘통제’라는 말 대신에 ‘보호’ ‘대응’이라고 쓰기로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뇌부가 시민단체 출신 인사 중심의 개혁위 ‘눈치’를 너무 본다는 불만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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