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無학과’ 선발-학생이 전공 선택… 포스텍, 파격적 학제 개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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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입시부터 신입생 전원을 ‘무(無)학과’로 선발하기로 한 포스텍(포항공대)이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권 100% 보장, 기초과목 학점제 폐지 등 파격적인 학사제도를 도입한다. 학생들이 성적 부담을 덜고 외부적 요인이 아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이런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 학점 등급제 폐지로 도전 장려

포스텍은 6일 “신입생 무학과 선발 시행에 맞춰 획일적인 전공 교육을 탈피하기 위해 학부 교육과정을 대폭 개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포스텍은 △전공 선택권 전면 보장 △전공학과 변경 승인 절차 폐지 △학과 정원 폐지 △기초과목의 학점 등급제 폐지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포스텍은 학생들에게 진로 탐색의 시간을 주기 위해 2018학년도 입시부터 모든 신입생을 ‘무학과’(정원 300명)로 선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단 정부의 지원·계약으로 설립된 창의융합IT공학과 20명은 별도로 선발한다.

포스텍은 무학과 선발을 통해 단일계열로 신입생이 입학하면 성적 부담 없이 적성과 학업 동기를 탐색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1학년이 배우는 기초과목에 학점을 매기지 않기로 했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통과’하고, 실패 땐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 ‘패스/노레코드(Pass/No Record)’ 제도를 도입한다.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국내 대학 중 처음이라고 포스텍은 설명했다.

보통 대학에서는 A, B, C, D, F로 매긴 학점이나 ‘통과/탈락(Pass/Fail)’으로 성적표에 기록을 남기고 있다. 때문에 학점이 낮거나 탈락하면 좋지 않은 기록을 없애기 위해 학생들이 원치 않는 재수강을 해 왔다. 포스텍의 새로운 제도는 실패의 기록이 남지 않아 학생이 흥미나 적성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부담 없이 포기하고 새로운 과목에 도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지금까지는 전공을 선택할 때 학점이 반영됐기 때문에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자신의 실력보다 낮은 수준의 수업을 듣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포스텍은 새로운 학점 제도가 학생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장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제도가 적용되는 기초과목은 일반물리실험, 일반화학실험, 일반생명과학실험, 기업가정신과 기술혁신, 학과탐색, 학과입문, 새내기 연구참여 등이다.

○ 모두 같은 전공 선택해도 보장

포스텍은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단일계열(무학과)로 입학한 학생들은 2학년 1학기 종료 후부터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적어도 3학기 동안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정 전공을 선택하기 위한 사전 필수 이수 교과목이나 성적 기준 등을 없앴다.

또 학생의 전공선택권을 완벽하게 보장하기 위해 전공별 정원을 없애기로 했다. 신입생 전원이 한 학과를 지원하더라도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고 모두 수용하기로 했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고, 학과별 선의의 경쟁을 통해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학교 측은 기대하고 있다. 포스텍 관계자는 “시행 초기에는 특정 분야로 몰릴 수 있지만 학교가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며, 학교의 모든 전공은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균형이 잡혀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과 제도를 유연하게 바꿔 승인 절차를 폐지했다. 기존에는 전과 시기나 허용 인원, 승인 등의 절차가 있어 상당한 제한으로 작용했지만 앞으로는 학생이 신청만 하면 제약 없이 전공을 바꿀 수 있게 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포스텍은 교육과정 개편과 함께 신입생들이 학업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신입생 지도와 교육 프로그램 운영, 지원을 담당하는 전담 조직인 ‘무은재(無垠齋) 학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무은재’는 학문에는 경계가 없다는 뜻이면서 고(故) 김호길 초대 총장의 호이기도 하다. 무은재 학부에서는 15명 정도의 지도교수를 별도로 확보해 체계적으로 학생을 지도하고 교수-학생 간 교류도 강화하기로 했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학생들은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 열심히 할 수 있고, 후회도 남지 않는다”며 “앞으로 포스텍 학생들은 성적이나 학교의 인프라 등 외부적 요인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본인의 의지로 전공을 선택해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포스텍#포항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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