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미’가 칭찬?…시대착오적 사고 비판 목소리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8월 29일 16시 10분


코멘트
사진=방지영 동아닷컴 기자 doruro@donga.com
사진=방지영 동아닷컴 기자 doruro@donga.com
배우 설경구가 설현에게 “백치미가 있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29일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과연 ‘백치미’라는 말이 칭찬이냐는 것이다.

해당 발언이 논란을 빚자 설경구 측은 “좋게 순수하고 하얀 도화지 같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는데 저의 짧은 생각으로 표현이 잘못됐다”라며 공식 해명하고 사과했다. 일각에서는 “별것도 아닌 걸로 그런다”라며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해당 논란은 많은 사람들이 ‘백치미’라는 단어를 쓰는 데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논란의 포인트는 ‘백치미’가 칭찬으로 볼 수 있냐는 거다. ‘백치미’라는 말이 과연 듣기 좋은 칭찬으로 받아들일만한 것인지 찾아봤다.

사진=네이버 사전에 ‘백치미’ 검색한 결과
사진=네이버 사전에 ‘백치미’ 검색한 결과

사진=구글에 ‘백치미’ 검색한 결과
사진=구글에 ‘백치미’ 검색한 결과


‘백치미(白癡美)’를 국어사전에서 검색해보면 결과가 이렇다. ▲지능이 낮은 듯하고 단순한 표정을 지닌 사람이 풍기는 아름다움. 예문: 백치미를 지닌 여배우(네이버 사전) ▲표정이 백치처럼 보이는 여자의 아름다움(구글 사전). 그리고 ‘백치(白癡)’의 뜻은 정신지체 중 가장 심한 상태를 말한다.

사전에 ‘백치미’는 주로 ‘아름답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설명되어 있으며, 주로 여성에게 붙는다. 정신지체 중 가장 심한 상태를 의미하는 ‘백치’에 ‘미(美)’라는 말이 붙어 긍정적으로 포장됐다. 여성에게는 지능이 낮아 보이는 것도 아름다움으로 여겨진다고 해석될 여지도 있다.

사진=고려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석순’ 페이스북
사진=고려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석순’ 페이스북


그리고 우리 사회 곳곳에는 여성에게 ‘백치미’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고려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석순’의 대자보에 따르면 한 교수가 강단에서 “여자는 똑똑하면 남자한테 인기가 없다. 조금 멍청하고 백치미가 있어야 남자한테 사랑받는다”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을동 전 국회의원도 지난해 4·13 총선에 출마하는 새누리당 여성 예비 후보들 앞에서 “여자가 너무 똑똑하게 굴면 밉상”이라며 좀 모자라 보여야 주변에 사람이 모인다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또한 김 전 의원은 “(여성) 후보자는 비판하든 칭찬하든 ‘네네’ 하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역시 매우 높다. 당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너무 올드한 것 아니냐"며 김 전 의원의 시대착오적 발언에 일침을 가했다.

그의 해명대로 설경구가 설현에게 ‘백치’라는 사전 뜻대로 지능이 낮은 듯하고 단순한 표정을 지녀 아름답다고 말한 건 아닐 것이다. 해당 발언 맥락상 ‘순수한 모습’을 칭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백치미’라는 표현과 쓰임에 대해 제기된 의구심에 대해 ‘별것 아니다’라고 지나치기 어려워 보인다.

김가영 동아닷컴 기자 kimga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