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이 재촉해도… ‘45분 휴식’ 지키는 佛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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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시간 기록… 규정 어기면 처벌
4시간 30분 이상 연속운전 못해
美, 10시간 운행뒤 8시간 쉬어야


“아저씨, 조금만 더 빨리 달릴 수 없을까요.”

5월 프랑스 중서부 낭트에서 열린 한국 관련 문화행사 ‘한국의 봄’ 취재차 특파원단이 파리에서 전세버스로 내려가던 길이었다. 내비게이션의 예상 소요 시간인 4시간보다 1시간 30분가량 여유롭게 출발했지만 가는 길은 더디기만 했다.

고속도로는 뻥 뚫려 있었다. 프랑스 고속도로의 최고 제한속도는 시속 130km. 그러나 이 전세버스는 제일 마지막 4차로에서 시속 100km로 변함없이 달리고 있었다. 1∼3차로에서 승용차들이 연신 추월했지만 4차로를 달리는 버스들은 똑같은 간격으로 줄지어 달렸다. 버스 운전사에게 조심스레 독촉을 했지만 단호히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프랑스 전세버스는 시속 100km를 넘지 않도록 속도제한기가 장착돼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운전사는 승객들에게 언제 휴게실에서 쉴 것인지를 물어봤다. 그는 45분 이상 쉬어야 한다고 답했다. 프랑스는 4시간 30분 이상 연속 운전을 할 수 없으며 그 사이 45분을 반드시 쉬어야 한다. 졸음이 오거나 지나친 피로로 운전기사의 건강을 해칠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승객들은 휴게실에서 10분 만에 볼일을 마쳤지만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운전사는 그 사이 맨손체조도 하고 커피도 마시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휴게소에서 조금만 미리 출발할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이 역시 불가능하다고 했다. 휴식시간이 모두 기록되기 때문이다. 휴게소에 도착해 시동이 꺼지는 순간부터 시동이 켜지는 시간까지 모든 기록이 남는다. 규정 시간을 어길 경우 운전사가 처벌을 받는다.

미국도 의무 휴식 제도를 엄격히 지킨다. 버스는 10시간, 화물차는 11시간 연속 운전 후 각각 최소한 8시간, 10시간을 쉬어야 한다. 미국 교통부 산하 연방운수차량안전국(FMCSA)은 사고 횟수에 따라 위험도가 높은 업체들을 따로 관리한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교통 선진국의 경우 운전자 개인별로 운행카드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디지털운행기록계를 관리하고 있다”며 “차량별 관리만 가능한 국내 디지털운행기록계도 시스템 개발을 통해 개인별 관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정성택 기자
#버스#프랑스#졸음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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