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학기 ‘만원’… 방학 잊은 캠퍼스

  • 동아일보

학점 미리 따고 취업준비 전념
강의실마다 학생들로 빼곡… 서울대 4명중 3명꼴 수업 들어

서울대 경영학과 1학년 박모 씨(20)에게 여름방학은 없다. 6월 중순 방학이 시작됐지만 매일 학교에서 강의를 듣는다. 월·수·금요일은 하루 9시간 수업을 듣느라 점심식사를 놓치기도 한다. 화·목요일도 학교에서 영어실습을 한다. 학기 중일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방학 실종’은 박 씨의 빡빡한 계절학기 수강 때문이다. 그는 여름 계절학기에 3개 과목(9학점) 수강을 신청했다. 주로 졸업 필수교양 과목들이다. 박 씨는 “나중에 취업 준비 시간을 벌기 위해선 미리 졸업 학점을 따놓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년 같으면 종강과 함께 텅 비었을 대학 캠퍼스가 기말고사 시험이 한창이던 3주 전과 큰 차이가 없다. 학생들이 6월 중순 시작된 계절학기 수강에 몰렸기 때문이다.

30일 서울대에 따르면 올해 여름 계절학기 수강 인원은 최근 10년 새 최고치를 달성했다. 총 371개 강좌에 1만5104명이 수강신청을 했다. 지난해 서울대 재적 인원이 2만1032명인 것을 감안하면 중복 수강이 가능하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4명 중 3명꼴로 계절학기 수업을 듣는 셈이다. 정원이 다 차는 바람에 초과 정원을 받는 강좌 수도 적지 않다.

계절학기 수강 증가는 고학년뿐 아니라 저학년이 대거 몰린 때문으로 보인다. “한시라도 이른 나이에, 좋은 학점으로 졸업해야 한다”는 분위기 탓이다. 새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기류 확산으로 기업들이 학벌이나 스펙보다 ‘나이’와 ‘학점’을 더 따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학생들의 ‘학점 지키기’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학교 사정도 비슷하다. 이화여대는 올해 계절학기 수강 인원이 3612명으로 전년 대비 약 10%가 늘었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경우 각각 3457명과 3902명으로 전년 대비 100명 가까이 증가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대학 간판만으로는 안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이른 취업준비로 이어져 학생들의 계절학기 유입을 늘린 변수로 작용한 것 같다”며 “아직은 수강신청 취소 기간이 남아있어 수강 인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혁 hack@donga.com·김예윤 기자
#계절학기#캠퍼스#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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