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더 느리게… 하동군 ‘슬로시티 향약’ 화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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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전통보전 위해 실천키로

슬로시티 악양의 넉넉한 품인 평사리 들판. 하동군 제공
슬로시티 악양의 넉넉한 품인 평사리 들판. 하동군 제공
‘느리게 더 느리게.’

경남 하동군 악양면 주민들이 조선시대 향약(鄕約)을 본떠 ‘슬로시티 향약’을 만들었다.

하동군은 “2009년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된 악양면의 ‘슬로시티악양주민협의회’가 전통과 인간성, 환경을 보전하며 느린 삶을 추구하기 위해 향약을 제정해 다음 달 1일부터 실천에 들어간다”고 27일 밝혔다.

향약은 조선시대 향촌의 도덕적 질서와 미풍양속을 지키면서 재난이 생기면 상부상조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자치규약이다. 향촌규약(鄕村規約)의 준말이다.

악양주민협의회(회장 고대원) 회원들은 인간성 회복과 주민 중심의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지난해부터 논의해 올 2월 향약 초안을 마련했다. 한국슬로시티본부가 감수했고 악양면 최고 의사기구인 악양면발전협의회(회장 최재인) 승인도 받았다.

악양 향약은 음식과 건강생활, 전통과 미풍양속, 교육과 문화, 환경과 자연보호, 산업경제와 농업, 사회질서와 안전 등 6개 분야의 실천 규약으로 짜였다.

첫머리에는 향토음식을 먹고 적절한 운동과 여가활동을 통해 건강한 삶을 살아간다는 내용을 담았다. 전통놀이와 미풍양속을 보존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자녀에게 어른 공경과 이웃 사랑의 예(禮)를 가르치고 어른이 먼저 본(本)이 되는 삶을 살아가기로 약속했다. 환경오염을 막고 자연경관을 보전하며 지역문화 복원에도 힘쓰기로 했다. 미래가치가 높은 농업 육성, 질서 준수와 안전의 생활화도 담겼다. 전체적으로는 느림, 작음, 지속성을 생활의 가치로 삼는다는 행동 규범이다.

하동과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맛깔스러운 글로 소개하고 있는 조문환 악양면장은 “향약을 실천하면 문화와 생명, 그리고 인정이 살아 숨 쉬는 고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지난달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 들판에서 ‘대한민국 알프스 하동 100년 먹거리, 평사리 10차 산업 선포식’을 열기도 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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