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고 음악 듣고… 동네 도서관의 대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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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리모델링 도서관 가보니
원형 헬스기구 돌며 건강관리… 식이요법-건강정보 책 빌려봐
명반 감상-피아노 연주 음악도서관… 천문학-영어 특화 도서관도

건강지도사(가운데 흰옷 입은 남성)의 지도에 따라 번갈아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하고 건강 관련 책도 볼 수 있는 양천구 ‘개울도서관&건강센터’(위쪽 사진). 클래식과 뮤지컬 LP 음반을 즐길 수 있는 신월디지털정보도서관. 양천구 제공
건강지도사(가운데 흰옷 입은 남성)의 지도에 따라 번갈아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하고 건강 관련 책도 볼 수 있는 양천구 ‘개울도서관&건강센터’(위쪽 사진). 클래식과 뮤지컬 LP 음반을 즐길 수 있는 신월디지털정보도서관. 양천구 제공
서울 양천구 신정4동 ‘개울도서관&건강센터’에 가면 책이 아니라 독특한 운동기구들이 먼저 눈에 띈다. 보통 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헬스장에는 트레드밀(러닝머신)들이 한쪽 벽을 차지하고 근력운동용 바벨은 구석에 놓여 있다. 그런데 개울도서관&건강센터는 12개의 제각기 다른 운동기구가 중앙을 바라보며 원형으로 배치돼 있다. 중앙에 선 운동지도사의 지도에 따라 팀원 12명이 6종의 전신근력운동기구, 4종의 유산소운동기구, 2종의 낙상예방운동기구를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실행한다. 옆 사람과 함께 호흡하며 힘을 내다 보면 운동시간 50분이 훌쩍 간다.

그럼 책은 어디 있을까. 건강센터 아래층에 있다. 다만 건강을 테마로 한 책들이 주를 이룬다. 전문서적부터 가벼운 읽을거리까지 식이 조절, 질환 정보, 건강관리법과 관련된 책을 손쉽게 찾아 읽고 빌려 볼 수 있다.

서울의 동네 도서관이 달라지고 있다. 비슷한 도서들로 구색만 맞춰놓은 듯한 문고(文庫) 형태의 도서관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하나의 테마로 구성한 특성화 도서관이 생기고 있다. 특성화 도서관은 책만 읽는 공간에서 벗어나 체험과 교육이 결합하는 장이 되고 있다.

특성화 도서관 리모델링에 가장 적극적인 자치구는 양천구다. 2014년 10월 관내 18개 동 주민을 대상으로 도서관 현황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주민들은 낡은 시설에 특색 없는 책들을 갖춘 것만으로는 도서관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고심 끝에 ‘1동 1도서관 조성계획’을 세웠다. 집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되 자꾸 그곳을 찾게 만들 매력을 찾자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 결과 공공도서관 7곳, 작은도서관 8곳, 북카페 1곳의 문을 열었다.

그중 하나인 신월디지털정보도서관의 매력은 음악이다. 디지털피아노 2대, LP플레이어 3대, DVD 시청 가능한 컴퓨터(PC) 2대와 음악방송 시청 코너를 마련했다. 1970, 80년대 명반을 들으려는 중년층은 도서관에 소장된 LP판을 골라 무선 헤드셋으로 감상한다. 공부에 지친 중고등학생들이 디지털피아노를 연주해 보겠다며 몰려오기도 한다.

일주일에 한 번 가족심야캠프를 여는 갈산도서관의 테마는 천문이다. 2014년 동네 텃밭에 82억 원을 들여 도서관을 지었다. 별자리와 천체에 대한 자료를 구비하고 천체망원경을 비치했다. 아이들이 별을 보고, 공부하고,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신정6동에 있는 도서관은 이름이 아예 영어특성화도서관이다. 기획 단계부터 주민들 의사를 반영했다. 영어 동화책과 각종 원서를 마련했고 영어를 잘하는 청소년이나 주부 자원봉사자들이 영어 스토리텔링도 해준다. 입소문을 타고 다른 동네에서도 찾아온다고 한다.

책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이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도 생기고 있다. 신정동 신목초등학교 골목 끝에는 흰색 컨테이너 2개로 된 ‘공감쉼터 북카페’가 있다. 원래 고물상이 있었지만 수업이 끝난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들이 책도 읽고, 차도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도서관이 복합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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