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화력발전소 셧다운 첫날…“미세먼지 걱정 벗어나 좋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일 17시 00분


“미세먼지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네요.”

1일 충남 보령시 오천면 오포2리 조종호 이장의 목소리에 반가운 기색이 묻어났다. 이날 마을에서 약 3㎞ 떨어진 보령 화력발전소 1·2호기(발전용량 1000MW)가 일시 정지됐다. 정부가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를 6월 한 달 동안 멈춰 세우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보령화력 1·2호기는 각각 1983년, 1984년 준공된 노후 발전소다. 지역경제에 효자 노릇을 한 점은 높게 평가 받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석탄재와 미세먼지 등으로 불편을 겪어왔다. 흐린 날이면 냄새가 지독하게 난다는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조 이장은 “환경에 해로운 발전소가 있다는 이유로 지역협력사업비가 지원됐지만 마을 한 곳에 연간 6000만~8000만 원에 그쳤다. 그나마 활용 폭을 엄격히 제한해 주민들에게 별다른 혜택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충남연구원과 충남보건환경연구원은 6, 7월에 대기질 측정연구 및 건강실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 전후 비교를 통해 정책의 실효성이 있는지 과학적 검토를 해 보겠다는 것이다. 충남연구원 관계자는 “충남의 석탄화력 전력 생산량이 전국 전체의 48%를 차지해 그간 환경 및 건강 피해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본격 시행되는 석탄화력발전소 셧다운(3~6월)에 따른 환경과 건강실태 조사의 사전연구라는 의미가 있다”라고 전했다.

노후화력 8기가 가동 중단에 들어갔지만 이날 전력 공급은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력이 정상 수급되고 있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언제라도 재가동할 수 있도록 대기인력을 뒀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피크시간대인 오후 4시 전력 예비율은 17.3%로 수급에 문제가 없었다.

보령=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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