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4년 소방서 소속 구급대원 A 씨(37)는 앰뷸런스로 취객을 이송하다 일어난 사고로 소송에 휘말렸다. 만취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되던 40대 여성이 갑자기 깨어나 구급차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가 뒤따라오던 차에 치여 숨진 것이다. 유족 측은 A 씨가 제대로 이송자를 돌보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명백하게 근무 중에 일어난 사고였지만 A 씨는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유족이 소방서가 아닌 A 씨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는 이유에서였다. 소송비용도 모두 자비로 충당했다. 결국 소송에서는 이겼지만 A 씨는 그 과정에서 생긴 트라우마로 구조활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2. 소방관 정모 씨(36)는 2월 초 오전 1시경 “몸이 아픈 아내가 연락을 받지 않고, 집 문도 열어주지 않는다”는 한 남성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정 씨는 신고를 한 남성의 동의를 구하고 현관문을 뜯었다. 하지만 아프다던 아내는 남편과 부부싸움을 한 뒤, 일부러 연락을 받지 않고 잠을 자던 중이었다.
신고를 했던 남성은 다음 날 소방서에 망가진 문 수리비를 내놓으라며 민원을 냈다. 정 씨는 “현관문 파손에 동의한다는 녹취가 있었지만 2, 3일 동안 경찰서와 소방서 내부조사를 받고서야 문제가 해결됐다. 녹취를 안 했으면 소방서 내에서 돈을 모아 물어줘야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14일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에 따르면 이달 내 출범할 예정인 소방관법률지원단(단장 황선철 변호사)은 A 씨나 정 씨처럼 공무 수행 중 일어난 각종 사고로 법률 분쟁에 휘말린 소방관들을 도울 계획이다. 전국적으로 30∼50명가량의 변호사가 참여해 꾸릴 법률지원단은 소방관들에게 무료 법률 상담을 해주는 것은 물론 직접 사건을 수임해 무료 변론도 할 방침이다.
소송 진행과정에서 드는 비용은 대한변협 산하 법률구조재단이 부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 소방관법률지원단 공식 출범 이전에도 대한변협 인권팀(02-2087-7730∼3, humanrights@koreanbar.or.kr)에서 법적 분쟁을 겪고 있는 소방관들의 지원 및 상담을 하기로 했다.
일선 소방관들이 각 지방자치단체 소방본부 소속인 점을 감안해, 대한변협은 각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어 도움이 필요한 사건을 접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소송 당사자인 소방관이 소송 내용이나 상담사실을 비밀로 해주기를 원할 경우,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유지 의무에 따라 이를 지켜주기로 했다.
그동안 소방관들은 내부 인사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 등을 우려해 악성 민원인과 사비를 들여 합의를 보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경기지역에 근무하는 소방관 박모 씨(36)는 “법률지원단이 출범하면 일선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 등 본연의 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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