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예산은 눈 먼 돈?…골프· 경조사 화환 구입 등으로 ‘펑펑’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7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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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2015년 국가 연구개발(R&D) 과제 12건을 수행한 A교수는 25명의 학생의 인건비 통장을 직접 관리하면서 해외연수비용 및 개인카드 결제대금으로 사용했다. 연구에 참여시킨 학생들의 통장을 통해 유용한 금액은 무려 1억3062만 원에 달한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은 7일 5000억 원 이상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투입된 34개 주요사업을 대상으로 한 표본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비 부정사용 등 모두 167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고 부당하게 사용된 예산은 모두 203억 원이다.

국가 R&D 사업에 참여한 연구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했다. B기업연구원장은 2014~2016년 개인적인 경조사비 9668만 원, 20여 차례에 걸친 골프 비용 612만 원, 경조사 화환구입비 1719만원, 대리운전 비용 1615만 원 등 연구비 2억4000만 원을 사적으로 유용했다가 적발됐다. C공공연구원의 책임 연구원은 2015년 17박19일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간 뒤 출장비 617만 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미국 출장 기간 이틀만 연구 활동에 할애하고 나머지는 라스베이거스 등을 관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점검에서 대학의 위반사항이 77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앙부처·지자체·공공기관의 위반사항이 47건으로 뒤를 이었다. 부패척결추진단은 A교수처럼 인건비를 횡령하거나 금품을 수수하는 등 중대한 비위 21건은 수사를 의뢰했고, 부정 집행 11건(14 억 원)은 환수 조치했다.

정부는 부처별로 이뤄지는 연구비 관리 시스템을 통합해 ‘범부처 연구비 집행 통합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각 부처의 연구 내용을 공유하고 관리시스템을 연계해 연구비 중복·과다집행 등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조치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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