끽~ 무단횡단 유커에 간 떨어질 뻔!

  • 동아일보

동대문 일대 오가는 운전자 ‘아찔’

18일 서울 중구 광희문 근처 왕복 6차로 도로를 외국인 관광객 두 명이 뛰어가고 있다. 동대문 일대에선 이처럼 무단 횡단을 일삼는 외국인 관광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18일 서울 중구 광희문 근처 왕복 6차로 도로를 외국인 관광객 두 명이 뛰어가고 있다. 동대문 일대에선 이처럼 무단 횡단을 일삼는 외국인 관광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근처 사거리. 두 손에 커다란 쇼핑백을 가득 든 중국인 관광객 3, 4명이 횡단보도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신호등은 빨간불이었다. 곧이어 다른 여성 관광객 두 명이 커다란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빠른 걸음으로 뒤를 따랐다. 신호등은 여전히 빨간불이었다. 마침 대로를 지나던 택시가 관광객들을 보고 급정거했다. 택시 운전사는 창문을 내리고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들은 오히려 웃으며 지나쳤다. 주변 상인 신모 씨(47·여)는 “신호도 무시하고 튀어나오는 관광객 때문에 사고 낼 뻔한 차를 수없이 본다”며 혀를 찼다.

외국인 관광객의 단골 코스인 동대문 일대가 무단 횡단을 일삼는 중국인 관광객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일 서울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구 일대에서 무단 횡단으로 단속된 외국인 1017명 중 중국인이 606명(59.5%)으로 가장 많았다. 일본인(139명) 홍콩인(45명) 몽골인(41명) 대만인(29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올해 1, 2월에도 무단 횡단으로 단속된 외국인 217명 중 중국인이 156명(71.8%)에 달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질서 의식이 문제가 된 건 어제오늘이 아니다. 제주도에서도 몇 년 전부터 중국인 관광객의 무단 횡단이 심각하다. 제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제주도 전체의 무단 횡단 적발 1만616건 가운데 외국인은 6535건으로 61.6%에 달했다”며 “대부분이 중국인 관광객”이라고 전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9월부터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단 횡단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동대문과 명동 일대는 차량 통행이 많다. 특히 화물차량이 많이 다니고 짐을 싣고 내리는 불법 주정차도 심각하다. 무단 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동대문 인근 쇼핑센터에 의류 배송을 하는 황종연 씨(46)는 “빨간불만 보고 우회전 하다간 사고 나기 십상”이라며 “골목에서 우회전으로 나갈 때가 많은데 아무 눈치도 안 보고 뛰는 관광객 때문에 급정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 단속은 쉽지 않다. 을지지구대 관계자는 “적발을 해도 말이 잘 안 통해 구글번역기를 켜서 위반 사항을 설명해 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부경찰서는 지난해 하반기 동대문 사거리 근처에 중국어로 ‘무단 횡단을 하지 맙시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걸어 놓기도 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중국에선 보행자나 운전자 모두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는 습관이 있는데 한국에서까지 그대로 행동하는 것”이라며 “여행 가이드 등 관광업계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불법 행위임을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연 lima@donga.com·신규진 기자
#동대문#무단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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