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가입 은퇴자, 야당안 선호” “직장인, 정부안이 부담 적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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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건보료 개편안 후폭풍]‘정부안 vs 야당안’ 힘겨루기 본격화

 23일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보험 부과 체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건보료 개편 논의가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유리지갑’으로 대변되는 직장가입자와 별 소득 없이 재산만으로 보험료를 내 온 지역가입자들의 불만과 양 가입자 간의 유불리 여부다.

 정부안은 저소득 지역가입자 606만 가구의 건강보험료를 2024년까지 절반(4만6000원)으로 낮추고 고소득층 73만 가구의 건보료는 올리되 직장과 지역으로 이원화된 부과 체계와 피부양자 제도를 유지하는 점진적 개편안이다. 반면 야당은 직장, 지역 부과 체계와 피부양자 제도를 없애고 모든 납부자에게 소득 중심으로 건보료를 통합 부과하는 개편안을 내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야당안은 은퇴자를 중심으로 한 지역가입자에게, 정부안은 직장가입자에게 비교적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향후 건보료 개편 논의가 직장가입자 대 지역가입자 간 대결 구도로 흘러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 베이비 부머, 야당안 선호 높아

 야당안이 지역가입자에게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에는 ‘베이비부머의 은퇴 러시’가 존재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은퇴하면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베이비부머 대다수는 야당안을 선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700여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 부머가 은퇴하면 현금 등 당장의 소득은 크게 줄고 집을 비롯해 기존에 쌓아 온 재산만 남게 된다. 이 경우 재산 자동차 등을 평가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정부안보다 소득 중심으로 건보료를 부과하는 야당안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는 평가다. 50대 직장인 김기선 씨는 “회사를 그만둬 소득은 없는데 건보료 부담은 늘었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동년배가 많다”라며 “야당안이 건보료를 덜 내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의 개편안이 ‘은퇴자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조원준 보건복지전문위원은 “건보료 부과 체계가 가장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시점은 은퇴해 딱 집 한 채, 차 한 대 있는데 보험료가 크게 오를 때”라며 “야당안은 철저히 소득 중심으로 건보료를 부과하니 은퇴자가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직장인은 정부안 호의적

 반면 현재도 투명한 소득으로 보험료를 내는 직장가입자들은 야당안대로 되면 지역가입자보다 더 큰 손해를 볼까 봐 걱정한다. 소득 파악이 힘든 지역가입자는 덜 내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직장인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

 직장인 최모 씨(39)는 “정부안을 보니 지역가입자 건보료만 줄고 직장인이 내는 돈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오르니 불만”이라며 “하지만 야당안대로 아예 소득에만 건보료를 부과하면 직장인 유리지갑이 더 털릴 것 같다”라고 밝혔다. 실제 정부안을 적용하면 직장가입자 10명 중 9명(99%)은 보험료가 변하지 않고, 1%에 못 미치는 13만 가구(1단계)가 보험료가 오른다. 반면 야당안(민주당)은 보험료가 오르는 직장가입자가 15.5%다.

○ 연금 소득 의존 피부양자는 정부안 유리

 특히 야당안 중 퇴직금에 건보료를 물리는 내용은 직장인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퇴직금은 그동안 분류과세 대상으로 건보료 부과 대상이 아니었다.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건보료 개편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뿐 아니라 세대, 소득, 계층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어 신중하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측은 “모든 소득에 동등하게 건보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체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는 내려간다”라고 반박했다.

 직장인의 가족, 즉 피부양자 역시 정부안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연 소득 3400만 원을 초과해야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정부안과 달리 야당은 아예 피부양자 제도를 없애기 때문이다. 특히 은퇴 후 연금 소득에만 의존하는 피부양자의 경우 정부안이 유리할 수 있다. 야당은 연금 소득 100%에 건보료를 부과하지만 정부안은 30∼50%에만 부과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안에서는 국민연금을 받더라도 피부양자 신분을 유지할 수 있지만 야당안은 조금이라도 연금 소득이 있으면 건보료를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정부와 야당 여론전… 복지부, ‘건보공단 함구령’

 복지부는 틈만 나면 “야당안이 너무 급진적이라 자신들도 시행이 어려운 것을 알고 출구전략을 세우고 있다. 결국 정부 개편안을 중심으로 부과 체계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측은 “현실에 변화를 주려면 당연히 저항도 있고 논쟁도 생기는 것”이라며 “정부안에 별 저항이 없다는 것은 현 건보 제도의 불합리함이 덜 개선됐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복지부와 달리 국민건강보험공단 내부에서는 불만이 팽배하다. 연간 건보 관련 민원이 9550만 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근 10년에 걸쳐 개편을 하면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것. 이를 의식한 듯 복지부는 공단에 정부 개편안에 대해 함구령을 내렸을 정도. 국민의당 윤영덕 전문위원은 “결국에는 정부안의 3단계가 바로 시작되고 이후 부과 체계 일원화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이 조율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김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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