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니 손님 북적” 전통시장을 바꾼 ‘클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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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원시장 3년만에 대변신

지난해 10월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신원시장에서 열린 ‘달빛축제’ 가운데 ‘군것질 데이’ 모습. 손님이 들고 있는 종이컵에 시장에서 파는 군것질거리 무엇을 담든 1000원에 파는 이벤트였다. 서울시 제공
지난해 10월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신원시장에서 열린 ‘달빛축제’ 가운데 ‘군것질 데이’ 모습. 손님이 들고 있는 종이컵에 시장에서 파는 군것질거리 무엇을 담든 1000원에 파는 이벤트였다. 서울시 제공
 “부챗살은 오늘 시장 입구 쪽 가게 고기가 좋아요. 저희 건 다음에 팔아주시고 오늘은 그쪽으로 가보세요.”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신원시장의 한 정육점. 여러 부위의 고기를 보여주며 손님과 한참 흥정을 벌이던 직원 김중삼 씨(39)가 대뜸 다른 가게 이야기를 꺼냈다. 손님이 찾는 부위가 다 떨어졌을 때도 김 씨는 서슴없이 인근 정육점을 소개했다. 같은 업종끼리는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경쟁이 심한 재래시장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김 씨는 “물건 하나 더 파는 것보다 중요한 게 바로 손님 만족”이라면서 “개인 장사만 보면 (손님 양보가)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만족도가 높아지는 만큼 시장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니 오히려 이득”이라고 말했다.

 신원시장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2014년 서울시가 도입한 ‘신(新)시장 사업’ 시범시장이다. 서울시는 신창시장 신원시장 영천시장 길동시장 정릉시장 등 5곳을 신시장으로 선정하고 3년간 예산 및 교육 지원을 했다.

 불과 3년 전 신원시장은 다른 재래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이 가게 안에서 손님을 맞았고, 상인들끼리 말도 잘 섞지 않았다. 흥정을 하는 과정에서 손님들과의 다툼도 잦았다. ‘장 보는 즐거움’이 없다 보니 사람들의 발길은 줄어만 갔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과일가게를 운영한 조경선 씨(51)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안 팔면 그만’이라는 상인이 많았다”면서 “서비스업에 대한 마인드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변화는 서울시 자문단이 개선 아이디어를 내고 교육을 통해 상인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면서 시작됐다. 자문단의 의견을 받아 같은 업종별로 모임(클럽)을 조직하고 주기적으로 만났다. 정육점 상인들의 ‘정육클럽’, 건어물 업주들의 ‘건승클럽’ 등 12개가 결성됐다. 서로 말을 잘 섞지 않던 상인들은 클럽에서 수시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고민을 나눴다. 업종별 특성을 살린 특화상품 개발에도 나섰다. ‘정육클럽’은 유명 요리연구가 류태환 씨의 도움을 받아 ‘수제육포’를 개발했고, 과일클럽 회원들은 ‘천연 과일잼’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업종별 클럽문화가 활성화하면서 손님을 대하는 상인들의 태도도 180도 달라졌다. 클럽 회원들끼리 서로 모니터링을 하고 조언을 주고받으면서 가게 앞을 지나는 손님을 본 체 만 체했던 상인들이 가게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손님의 안부를 묻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람들이 다시 시장을 찾기 시작했고 ‘단골손님’도 늘어갔다. 지난해 개최한 ‘신원시장 달빛축제’도 지역주민들의 발길을 시장으로 다시 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송기춘 신원시장상인회장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4회에 걸쳐 축제를 진행하는 동안 주민 약 10만 명이 시장을 찾았다”면서 “상인들 스스로 변화의 노력을 계속한다면 재래시장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시장 사업을 통해 신창시장은 매출이 3년 전보다 1.3배로 늘었고 신원시장은 고객이 25%가량 증가했다.

 3년간의 시범사업을 마친 서울시는 올해부터 신시장 사업을 시내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장별 분석을 통해 신시장 성공 사례 등 10여 개 모델을 적용할 계획”이라면서 “꾸준한 변화를 통해 시민들이 시장을 찾는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전통시장#변신#신원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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