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이벤트로 베스트셀러 조작, 출판업자 등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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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2월 21일 16시 13분


사진=경찰청 제공
사진=경찰청 제공
출판업계의 ‘도서 사재기’ 행태가 여전하다. 무료 도서증정 이벤트로 자사의 책을 사재기해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해온 출판사 관계자와 마케팅업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1일 출판문화진흥산업법 위반 혐의로 K 출판사 대표 이모 씨(64)와 L출판사 대표 이모 씨(52) 등 4명과 프리랜서 마케팅업자 최모 씨(38)와 이모 씨(36) 등 총 6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0월 출판사들이 마케팅 업체를 이용해 사재기를 벌인다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나섰다.

마케팅업자 최 씨와 이 씨는 지난 9월 1일부터 25일까지 SK텔레콤 멤버십 사이트인 T월드에서 무료 도서증정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벤트를 통해 얻은 당첨자 정보를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서점의 비회원 주문 란에 입력해 862권의 책을 구매한 뒤 예정대로 당첨자들에게 무료 배송했다. 도서 대금은 출판사에서 미리 지급하는 방식이다.

출판사 대표와 마케팅업자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11종의 신간 도서 약 1만2000권을 사재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출판사들은 각사의 신간을 적게는 50권에서 많게는 5110권까지 각각 사들였다.

이들은 당첨자의 신상 정보를 이용하면 당국의 단속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기존 규정상 출판사 직원이 자신이나 가족 및 지인의 아이디로 도서를 일괄 구매하다 적발되면 해당 직원은 처벌을 받고 도서 구매수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반영되지 않는다.

도서 사재기를 통해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4년 7월부터 사재기로 베스트셀러를 조작하는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해지고 신고자에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되었으나 사재기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지난 10월에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9월까지 출판유통심의위원회에 사재기로 신고 또는 조사 대상에 오른 경우는 103건이다.

또 지난 7월 서울동부지검은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저자인 정목 스님에게 판매 부수에 맞는 인세를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출판사 대표 최모 씨(57)를 불구속 기소 한 바 있다. 수사 과정에서 최 대표는 해당 책을 사재기해 20만 부가 넘는 베스트셀러로 만든 것이 밝혀졌다.

경찰은 “일부 출판사들이 사재기하는 것은 신문광고 등 정상적인 홍보활동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베스트셀러 순위 상승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박진범 동아닷컴 수습기자 eurob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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