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받으려 7번 위장결혼… 강남 599채중 193채 불법전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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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억대 차익… 2명 구속 232명 입건

  ‘강남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이유가 있었다.

 위장 전입은 물론이고 위장 결혼을 동원해 아파트를 분양받는 불법 행위까지 등장했고, 부실한 처벌 규정을 틈타 불법 전매는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청약통장을 사들인 뒤 당첨된 분양권을 불법으로 거래한 장모 씨(53)와 고모 씨(48) 등 2명을 주택법 위반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또 떴다방 업자와 불법 청약 당첨자, 전매제한 기간 위반자 등 232명을 적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청약통장 ‘작업자’로 불린 장 씨 등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접근해 200만∼1000만 원을 건네고 청약통장과 청약 관련 서류를 사들였다. 장 씨 등은 청약통장 명의자를 분양 지역에 위장 전입시켰다. 또 다른 청약통장 명의자와 위장 결혼을 제안했다. 자녀수가 많으면 부양가족 점수를 높게 받아 청약 당첨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자녀 넷과 살고 있는 이혼녀 A 씨(38)는 청약통장 명의자 5명과 결혼과 이혼을 7번이나 반복했다. A 씨는 위장 결혼 한 번에 수백만 원을 벌자 역시 이혼 후 자녀 셋을 기르는 자신의 언니도 범행에 가담토록 했다.

 이런 방식으로 확보한 분양권은 웃돈을 받고 전문 알선업자를 통해 불법으로 거래했다. 2014년 7월과 10월 분양된 서울 강남 세곡지구 아파트 599채 중 193채가 불법으로 전매됐고 웃돈은 최고 2억5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비슷한 조건의 강남 지역 일반 아파트보다 훨씬 싼 데다 전매 제한기간이 끝나면 최소 3억 원의 시세 차익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제가 된 아파트의 분양가는 8억 원 수준이었지만 실제로 전매 제한이 풀리자 10억 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장 씨 등은 불법 전매 등을 통해 300억 원이 넘는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청약통장 거래와 분양권 전매 등 불법행위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 배경에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매수하려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매수자 중에는 대학교수와 변호사 목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상당수였다. 이들은 공인중개사에게 은밀히 불법 전매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위장 전입이나 위장 결혼 등으로 부정하게 청약에 당첨된 56채에 대해 당첨 취소를 국토교통부에 통보했다. 그리고 전매 제한기간에 분양권을 불법으로 매수한 144명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이들에게는 분양가의 1% 수준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주택법상 입주자로 선정된 사람이 전매하거나 전매를 알선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고 매수자는 처벌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2010년 5월 대법원은 현행법에 근거해 당첨자에게 분양권을 산 혐의로 기소된 매수자 김모 씨(38)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에서는 분양권 불법 전매의 ‘공범’인 매수자를 기소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분양권 매수자 가운데 상당수가 공인중개사를 직접 찾아가 불법 전매를 요구한 공범이라고 보고 매수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급책만 처벌해서는 불법 전매를 근절할 수 없다. 조작된 청약통장 때문에 청약의 꿈을 잃은 서민들을 위해서라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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