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고 커피 볶아 내리고… 감정을 다스리는 법 배웠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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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치료 대안학교 ‘디딤센터’

 원두가루를 에스프레소 머신에 넣는 동작이 자연스러웠다. 이모 군(17)은 26일 경기 용인시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 바리스타 실습실에서 자신이 뽑은 커피를 권하며 “여기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분노조절장애를 지닌 이 군은 8월 학교에서 ‘사고’를 치고 디딤센터에 입소했다. 선생님에게 말대답을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교실 한가운데서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던 것. 이 군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디딤센터는 정서·행동장애를 가졌거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이 모여 생활하는 국내 유일의 기숙형 청소년 치료재활시설이자 대안학교다. 현재 이곳에서 4개월짜리 장기 프로그램 과정을 밟고 있는 9∼18세 아이 60명에겐 이 군처럼 ‘마음의 딱지’가 붙어 있다. 가출 소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2012년 디딤센터가 문을 연 뒤 이곳을 거쳐 간 청소년은 장기 프로그램이 606명, 4박 5일짜리 단기 프로그램이 3081명이다.

 오전엔 여느 학교와 다름없이 국영수 과목을 가르치지만 오후 1시부터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목공예소, 댄스교습소, 미술치료실, 원예실, 명상관, 풋살경기장이 완비돼 있고 원하면 컴퓨터나 조리 관련 자격증도 준비할 수 있다. 교사와 상담사 38명은 이곳에 상주하며 아이들이 원할 땐 언제든 상담을 해주고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해준다.

 디딤센터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교육청, 학교 등 유관기관에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입교할 수 있다. 이용료는 월 30만 원이지만 저소득층은 무료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치료를 받고 싶어도 경쟁에서 탈락하는 청소년이 생기지 않도록 3년 내로 경상 지역에 분원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청소년#치료#대안학교#디딤센터#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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