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승마특기생으로 청담고에 재학하던 시절, 3년 동안 '공결(출석하지 않았지만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것)' 일수가 229일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고등학교의 1년 총 수업일 수가 193일인 것을 감안하면 3년 중에 1년 이상을 학교를 나오지 않고도 출석을 인정받은 셈이다.
또 정 씨가 실제 학교에 출석한 날 중 오전 오후 수업을 다 듣고 하교한 경우는 3년 동안 단 하루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는 매번 오전 수업만 듣고 조퇴를 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육특기생 신분이라 출석으로 처리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최 씨는 "딸의 출석을 인정해 달라"며 교사들에게 금품 제공을 시도하고, 잦은 결석을 제기한 교사에게 고성과 폭언을 쏟아 부은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정 씨에 대한 학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청담고를 장학 감사한 중간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25일부터 장학관 3명과 감사실 직원 3명 등 총 6명을 청담고로 파견해 정 씨의 3년 동안 학교생활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해 왔다. 특히 시교육청은 정 씨에 대한 출석 인정 특혜 의혹을 비롯해 정 씨의 모친 최 씨가 교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하려 했다는 의혹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시교육청은 정 씨의 3년간(2012~2014학년도) 출결 현황을 나이스시스템 전산상의 일일출결상황 및 승마협회 공문, 내부결제 현황 등과 비교해보고 관련 교사들을 대면 조사했다. 그 결과 정 씨는 △1학년 수업일수 194일 중 질병으로 12일을 결석했고 대회 및 훈련 참여를 이유로 48일을 결석했으나 승마협회 공문 덕에 출석을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은 "실제 학교에 나온 날은 134일이었지만 134일 모두 오전 수업만 하고 조퇴했다"고 밝혔다.
△2학년 때는 수업일수 195일 중 질병으로 3일을 결석했고 기타결석 2일, 대회 및 훈련 참여 41일을 결석(출석으로 인정)해 실제 출석일은 149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가 국가대표로 선발된 △3학년 때에는 승마협회의 훈련 및 대회 참가 공문이 폭증해 140일을 결석하고도 출석을 인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기 정 씨가 실제 학교에 출석한 일수는 50일에 불과했고 그나마 이 역시도 모두 오전수업만 한 후 조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의 출석을 인정해주는 과정에서 당시 학교 관계자 및 담당 교사들의 업무 실수도 확인됐다. 정 씨에 대한 출결 관리 시 대회 참가 및 훈련으로 인한 결석은 '출석'이 아닌 '출석 인정'으로 처리해야 하지만 학생에 대한 공식 기록이 남는 나이스 전산 시스템에 출석인정이 아닌 출석으로 처리한 사실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 승마협회 공문을 접수한 후 공결 처리를 해야 함에도 일단 출석을 인정해 준 뒤 사후에 공문을 받아 처리하는 형식으로 관련 절차도 부적절하게 운용한 것이 확인됐다. 당시 교장 박 모 씨는 "훈련이 급하다고 해 일단 결석을 용인하고 이후 공문을 받아 공결 처리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승마협회 공문이 과연 진짜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훈련을 하지 않고도 훈련을 했다고 공문을 보내 봐주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것.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서류상 문제는 없었고 훈련 진위여부는 승마협회를 조사해봐야 알 것"이라며 "그러나 승마협회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확인은 어렵다"고 말했다. 또 "공결 처리를 받으려면 보충학습 이행 계획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그런 서류는 잘 붙어있었다"며 "정 씨가 집에서 스스로 보충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학습 도우미(동급생)도 매년 2명씩 배정돼 있었다"고 전했다. 단, 실제 정 씨가 이 계획서에 준해 스스로 수업 보충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그간 언론을 통해 제기됐던 최 씨의 교사들에 대한 금품 제공 의혹 및 폭언 행위도 사실로 확인됐다. 시교육청이 당시 정 씨를 맡았던 청담고 교사들을 대면 조사한 결과 교사들은 "최 씨가 돈 봉투 전달을 시도했지만 거부했다"고 진술했다.
교사들에 따르면 최 씨는 2012년 가을 교장실을 찾아가 교장에게 돈봉투를 전달하려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같은 해 체육교사에게도 돈봉투 전달을 시도했으며 2014년에도 담임교사에게 돈봉투 전달을 시도했다.
또 2013년 5월 경 최 씨는 '시교육청 학교체육업무 매뉴얼에 따라 정 씨의 전국승마대회 출전이 연 4회로 제한된다'는 말을 듣고 학교에 찾아왔다. 이어 학교 체육관과 체육부 교무실을 찾아가 당시 정 씨를 담당하던 신규 임용 체육여교사를 찾아내고 고성을 지르며 폭언을 퍼부었다. 해당 교사는 정 씨에 대한 수업 어려움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다음 학기에 교체됐다.
시교육청은 "지금까지의 감사는 본격감사라기보다는 기초조사로봐야 한다"며 "제대로 조사를 하려면 학부모인 최 씨를 소환해 조사해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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