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끼여” 신고에도 확인않고 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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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구의역 이어 김포공항역서 올해 세번째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하차 30대 출입문-안전문 사이 갇혀
기관사, 문 연채 27초간 기다리다가 경고등 안들어오자 그냥 열차출발
“재발방지” 5개월전 공언 또 헛말… 서울지하철노조 파업 전격 중단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한 승객이 스크린도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5개월 만이다. 김포공항역의 스크린도어는 노후화로 전면 교체 대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돼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서울도시철도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18분경 김포공항역에서 승객 김모 씨(36)가 하차 도중 열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갇혔다. 열차 출발 직전 “출입문에 승객이 끼였다”는 승객의 신고가 인터폰으로 기관사에게 전달됐다. 기관사는 출입문을 열고 약 27초간 대기한 뒤 열차를 출발시켰다. 그러나 김 씨는 그대로 끼여 있었고 7.2m가량 끌려가다 스크린도어 비상문으로 튕겨 나왔다. 김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숨진 김 씨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하는 항공사 직원으로 출근길에 변을 당했다.

 열차 출입문은 두께 7.5mm 이상의 물체가 끼이면 운전석에 경고등이 들어온다. 하지만 사고 당시 경고등은 켜지지 않았다. 열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 간격은 28cm. 스크린도어가 열렸을 때는 센서가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의 물체를 감지한다. 그러나 스크린도어가 일단 닫히면 센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중간에 사람이 끼일 경우 확인이 불가능하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신고를 받은 기관사가 출입문을 연 이후 승객 끼임 등이 감지되지 않아 열차를 출발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고까지 받은 기관사가 김 씨의 승차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열차를 출발시킨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승강장에는 승객의 승하차 안전을 확인하는 역무원도 없었다. 기관사 윤모 씨(47)는 경찰 조사에서 “승강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봤을 때 김 씨가 끼여 있지 않은 것으로 봤고 시스템에도 이상이 없어 열차를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2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감식을 실시할 계획이다.

 서울 지하철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는 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2월 1호선 서울역에서 80대 할머니가 열차 출입문에 끼인 가방을 빼려다 숨졌고 5월에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용역업체 직원이 사망했다. 구의역 사고 후 서울시는 ‘메피아’(메트로+마피아) 퇴출을 비롯해 대대적인 지하철 안전대책을 세웠지만 또다시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시가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1∼9호선 307개 역사 중 김포공항역은 유일하게 스크린도어 전면 교체 대상이었다.

 이날 하루 서울에서는 총 4건의 지하철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 김포공항역 사고에 앞서 5호선 목동역에서 열차가 기계장치 이상으로 멈췄다. 이어 2호선 이대역에서 스크린도어가 제때 열리지 않았고 퇴근시간인 오후 7시경에는 시청역 스크린도어가 고장을 일으켰다. 사측의 성과연봉제 재논의 요구에 반발해 이날 오전 9시 파업에 돌입했던 서울 지하철 노조는 김포공항역 사고로 2시간 만에 파업을 중단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서형석 기자
#김포공항역#스크린도어#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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